[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1일 방위사업비리정부합동수사단이 출범 100일을 맞았다. 지난해 11월 21일에 출범한 합수단은 조사당국이 각자 진행해온 방산 비리 사정 작업을 한데 모았다. 규모도 검찰과 국방부, 경찰청, 국세청 등 7개 기관 100여명의 인력으로 매머드급이다. 정부가 방산 비리에 대대적인 사정에 나선 것은 1993년 군 전력증강사업(율곡사업) 비리 감사 및 수사 이후 처음이다.
합수단이 그동안 밝혀낸 방산비리는 해군과 공군의 경우 군함, 전투기 등에 대한 관련 업체와 비리 커넥션부터 육군의 경우 불량 방탄복에다 취업을 미끼로 한 금품수수까지 다양하다.
합수단이 가장 먼저 조사한 사업은 해군사업이다. 통영함비리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방사청 황모 대령, 최모대령을 구속했다. 합수단 출범이후 첫 현역군인 구속이었다. 이어 고속함 수주사업 편의 등을 봐준 대가로 STX엔진 등으로부터 7억7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을 구속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정 전총장은 지난 2012년 횡령 혐의로 법정구속됐다 풀려난 지 3년 만에 다시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또 방사청 부장을 지내고 방산업체 고문으로 있던 해군 예비역 소장 함모 씨가 무기도입 비리 관련수사를 받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어 방산비리의 핵심인물이 더 있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왔다. 지난달 초에는 해군 정보함사업과 관련해 무기중개업체로 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해군 이모 예비역준장도 구속됐다.
공군사업도 마찬가지다. 천모 예비역 공군 대령 등 2명을 사기혐의로 구속기소하기도 했다. 이들은 전역 후 항공기부품 수입ㆍ판매업체 블루니어에서 각각 사업본부장과 사업개발팀장으로 근무하면서 허위서류로 공군 전투기 부품 정비ㆍ교체대금 163억여원을 빼돌리는 데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정비대금 사기 혐의로 블루니어에서 부회장으로 근무하던 천모 예비역 공군 중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육군사업도 비리로 얼룩졌다. 합수단은 방탄복 성능평가서 등을 조작한 혐의로 전모 대령, 박모 중령 등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고등군사법원에 청구하기도 했다. 전 대령과 박 중령은 납품업체 S사의 불량 방탄복 2000여벌이 육군 특수전사령부에 납품되는 과정에서 성능평가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군도 방산비리를 이미 짐작한 듯하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지난해 10월 언론사 부장들을 상대로 정책설명회를 개최하면서 "방산업체의 불법취업 유인 방지제도를 도입하고 방산기업에 취업한 실태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도 청와대에서 영상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방산관련 업무 종사자의 청렴성과 사업의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보공개 확대, 방위사업 관련 법령과 제도를 정비하기를 바란다"고 지시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지금까지 아무런 실태조사 결과물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당초 군에서 민간기업을 조사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방산기업 예비역 취업실태 조사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왔다. 제살을 도려내기 힘들다는 군안팎의 평가가 현실이 되고 있는 셈이다.
방산비리는 군과 방위산업의 전체가 아닌 개인 비리다. 군이 쉬쉬하며 곪아터진 살을 직접 도려내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눈에는 군과 방산업체 전체를 비리집단으로 몰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군이 직접나서 명예를 회복했으면 한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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