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재닛 옐런의 발언이 미국의 '6월 금리인상설'에 대한 시장의 예단을 불확실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그리스 개혁안과 관련해서는 잘 이행된다면 좋은 소식이지만 제대로 진척이 안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25일 이 총재는 한국은행 본관 15층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 참석해 24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상반기 통화정책 청문회에 출석해 한 발언에 대해 언급했다.
이 총재는 "연설에 큰 변화는 없었지만 연준 의사록에 인내심(patient)이란 문구가 들어가면 6월 인상은 아니고 빠지면 6월 인상도 가능하다는 게 시장의 예측이었는데, 어제 발언으로는 ‘인내심’ 단어가 빠져도 6월 인상은 아닐 수 있다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전반적인 경제상황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해 예단이 더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옐런 의장은 이날 청문회에 출석해 "선제안내의 변경이 (연방공개시장) 위원회의 향후 두 번 정도의 회의에서 목표금리의 인상으로 반드시 이어진다는 신호로 읽혀서는 안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면서 시장의 '6월 금리인상설'을 일축했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 총재회의 경험을 예로 들며 "옐런의장이 연설을 하면 다른 중앙은행 총재들끼리 (발언을) 확인하기도 한다"면서 "옐런의 발언은 (시장으로부터) '반드시 6월 인상은 아니구나'라는 메시지를 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했다.
그리스개혁안 통과와 관련해서는 긍정적인 해석만을 하는 것은 경계해야한다고 했다. 개혁안이 유로그룹을 통과한 것은 국제금융시장에 좋은 뉴스지만, 과거의 경험을 비춰볼 때 불안정성이 완전히 제거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그리스가 구제금융 구조개혁방안을 내놨고 유로그룹이 내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승인을 했다. 조세공정성, 탈세, 부패방지, 공무원 개혁 등 그리스 병폐와 관련된 내용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잘 이행된다면 국제금융시장에 좋은 뉴스지만, 과거의 경험을 보면 제대로 해소가 안되거나 진척이 안돼 불확실성이 대두되는 경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제금융시장 불안정성은 항시 가정하고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희망섞인 기대를 갖기엔 불확실성이 언제든 부각할 수 있고 이를 감안해 경제운용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는 박기영 연세대 교수, 신관호 고려대 교수, 이인재 한국노동연구원장,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장영환 IBK경제연구소장, 조경엽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장 등이 참석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투자자 및 금융기관들의 위험선호(risk taking)가 높아져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미국의 금리정상화 과정에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특히 수출기업은 중국 제조업체들이 품질경쟁력을 높여나가고 있는 가운데 일본 기업들도 엔화약세에 따른 수익상황 호전을 배경으로 기술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대외경쟁력 강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지난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크게 늘어났던 취업자수가 금년 들어 증가폭이 다소 축소될 전망인 만큼 지속적인 고용창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왔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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