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져야 할 청년들이 취업난의 절벽에서 고통받고 있다. 청년들을 절망으로 몰아붙이는 취업난은 조건을 가리지 않는다. 학력, 봉사활동, 인턴십, 자격증, 공모전 수상 등에서 더 좋은 조건을 가진 청년이나 그렇지 않은 청년이나 수백 대 일의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기는 마찬가지다. 일자리는 희귀한데 구직자는 차고 넘치는 공급과잉이 가장 심각한 원인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는 신조어가 난무한다. 인문계 졸업생의 90%는 논다는 '인구론', 입사 후 다시 취업준비생으로 돌아온 사람을 일컫는 '돌취생', 무급 또는 아주 적은 월급으로 취업준비생에게 일을 시키며 열정을 요구하는 '열정페이', 소설을 쓰듯 창작한 자기소개서를 뜻하는 '자소설', 등록금 대출을 받았으나 취업이 늦어져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상황을 묘사한 '청년실신' 등이 그것이다. 취업준비생이 해가 갈수록 늘어가는 가운데 아무 곳이나 일단 취업하고 보자며 들어간 청년들이 다시 퇴사해 취업준비생으로 돌아오는 등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요구 조건이 많아지고 기준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좋은 조건을 갖춘 지원자들이 줄을 서니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또 좋은 인재를 뽑겠다는 순수한 일념으로 채용과정을 관리하는 기업의 노력을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실제로 인턴십을 통해 교육 및 실무경험을 전수하고 그중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는 기업이 많다. 하지만 절벽에 서 있는 것과 같은 취업준비생들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들을 착취하고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는 사례가 빈발하는 것도 사실이다.
문화예술이나 패션업계 등 소위 '도제식 학습'이 당연시되는 분야의 무급 근로가 최근 비판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디자이너 이상봉씨로 인해 등장한 '열정페이'가 많은 취업준비생들의 분노를 사면서 개선책을 마련하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디자이너협회와 알바노조, 청년유니온 등이 만나 개선책을 논의했다는 소식이 들려 반갑지만 이 논의는 기나긴 해결과정의 시작일 뿐이다. 패션업계뿐만 아니라 문화예술분야에서도 진지하게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를 바라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일반 기업도 마찬가지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기업의 경우, 학력, 자격증에 충분한 실무경험까지 갖춘 지원자를 인턴으로 뽑아 3개월 또는 6개월까지 저임금의 인턴생활을 거치게 한다. 그나마 정규사원으로 전환이 보장된 경우는 낫다.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미끼로 일을 시키고는 '업무 부적응'으로 모조리 해고시키는 사례도 있었다. 더 나쁜 경우는 경험이 필요한 취업준비생을 데려다가 '인턴십'이라는 명분으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이다. 계산원이나 매장관리 등의 단순노동을 거의 무급으로 시키면서 인턴십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유통업체도 있었다. 한마디로 파트타임 업무에 지급하는 최저시급을 아끼려는 기업의 얄팍한 술수에 취업준비생들이 농락당한 셈이다.
취업준비생을 포함해 청년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단체, 청년유니온은 블랙기업 리스트를 만드는 등 개선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에게 접수된 블랙기업의 부당사례는 업무 부적응이란 명목의 부당해고ㆍ임금체불ㆍ인격모독 그리고 장시간 노동 및 야근수당 미지급 등이다.
하지만 청년단체의 노력이 실제로 효과를 거두려면 지속적인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시험채용, 수습, 인턴십 등 모호하게 규정된 채용형태를 명확하게 하고 그에 따른 표준계약서를 사용하게 해야 한다. 정규직 전환의 조건 등에 대해서도 가능한 한 투명하게 해 '희망'과 '절망'사이를 수없이 오가며 채용불안정에 몸을 떠는 경우를 줄여야 한다.
취업절벽을 청년들만의 문제로 두기에는 이 시대 청년들의 고통이 너무 크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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