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성능 검사를 받지 않은 소방용 특수 방화복 5300여벌이 전국 소방관서에 보급됐다고 한다. 화마와 싸우는 소방관의 기본적인 안전 장비인 특수 방화복이 가짜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뿐만 아니라 이미 수개월 동안 화재 현장에서 사용된 것도 있다고 한다. 소방관에게 방화복은 생명줄이다. 안전검사를 거치지 않은 방화복이 공급됐다니 소방관을 사지로 내몬 것과 다를 바 없다.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수방화복은 소방관의 생명을 지켜주는 최후의 보호 장비다. 400도 이상의 열에도 견뎌야 하는 등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의 엄격한 품질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방화복의 안전성이 소방관의 목숨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국민안전처는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알고 가짜 방화복을 사용하지 않도록 일선 소방관서에 통지하고 안전 방화복 3만여벌도 긴급 구매하기로 했다고 한다. 당연한 조치다.
하지만 안전처는 아직 가짜 특수방화복들이 언제부터 얼마나 보급됐는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수개월 동안 가짜가 버젓이 돌아다녀도 모르고 있었다는 얘기다. 소방 장비 안전 검사 체계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제품검사 및 합격 필증 교부 과정을 면밀하게 살펴보는 것은 물론 납품업체와 검사 기관 간 비리 가능성도 철저히 조사해 재발 방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소방관의 근무 환경은 가뜩이나 열악하다. 지방자치단체 소속으로 재정형편에 따라 소방인력, 시설ㆍ장비의 편차가 심하다. 우리나라 소방관 한 명이 담당하는 국민은 12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일본 820명, 미국 1075명을 크게 웃돈다. 재정형편이 어려운 일부 지방은 방화복의 절반이 내구 연한이 지난 노후장비다. 소방관이 자기 돈으로 소방장갑을 비롯한 장비를 사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소방관은 재난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방화복 하나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면서 어떻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달라고 할 수 있는가. 더 이상 열악한 환경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소방관 5명이 순직한 광주 헬기 추락사고 때 "소방 인력과 장비를 보강해 사기를 진작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낡은 장비의 현대화는 당연하고 지방직의 국가직 전환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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