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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객 2억명 흥행의 이면…어느 스태프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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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업노조 "표준근로계약서 도입, 법제화로 못 박아야"

영화관객 2억명 흥행의 이면…어느 스태프의 고백 올 하반기 개봉하는 영화 '시간이탈자' 촬영 현장. '시간이탈자' 촬영 스태프는 모두 표준근로계약서를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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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안병호(38) 촬영감독은 올해로 영화계에 뛰어든 지 14년째다. 고달픈 막내 시절을 거쳐 지금은 팀장급인 '퍼스트' 자리에 올랐다. 영화 촬영이 있는 날에는 제작사가 공지한 시간에 출근하지만, 퇴근시간은 따로 없다. 찍어야 할 분량을 마칠 때까지 연장 근무는 물론이고 밤샘촬영도 잦다. 그러나 추가 근무에 따른 수당은 정해져 있지 않다. '계약'에 대해 물으면 '서로 좋아서 하는 일인데, 굳이 그런 걸 따질 필요가 있냐'는 대답이 돌아오는 게 일상화됐다. 안 감독은 "한 해에 스크린에 걸리는 한국 상업영화가 60편 남짓이다. 일 년에 고용되는 날이 많지 않은데 페이(보수)마저 제대로 못 받으니, 최근에는 경력이 7~8년차 되는 친구들이 견디다 못해 다른 업종으로 많이 떠나고 있다"고 했다.

영화 스태프들의 열악한 처우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3년에는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30대 초반의 한 영화 스태프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도 있었다. 여러 유명 영화 제작에 참여했던 이 스태프는 당시 한 소규모 신생 영화제작사에서 4개월 가량 일했지만 계약금조차 받지 못해 생계 유지도 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은 한국영화가 2년 연속 1억관객 돌파를 자축한 해다. 지난해는 한국영화, 외화 등을 통틀어 관객 수 2억명(2억1506만명)을 돌파했고 '변호인', '겨울왕국', '명량', '인터스텔라' 등 네 편이 관객 1000만명을 넘겼다. 이처럼 영화 산업이 성장하는 동안에도 현장 스태프들의 처우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 막내 스태프 월 평균 47만원 = 지난해 영화 근로환경실태조사에 따르면 스태프들의 평균 연간 소득은 1445만원이다. 월평균 120만원으로, 4인 가구 최저생계비인 155만원에도 못 미친다. 스태프는 대개 감독급인 퍼스트 아래 '세컨드', '서드', '막내'로 팀을 구성한다. 이 가운데 하위급인 서드의 연소득은 854만원(월 71만원), 막내는 566만원(월 47만원)이다. 영화 스태프를 모집하는 게시판에서는 "죄송하지만 페이는 없습니다"는 공고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화 제작에 참여한 한 조명 스태프는 "영화가 개봉돼 인건비 정산이 제대로 이뤄지면 그나마 다행"이라며 "촬영이 '엎어지면' 시간만 낭비하고 돈 한 푼도 못 건진다"고 했다.

영화관객 2억명 흥행의 이면…어느 스태프의 고백


영화계의 '열정페이'는 관행으로 통한다. 지난해 영화 스태프들은 한 주간 평균 71.8시간이나 일했다.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근로시간 40시간을 31.8시간이나 넘겼다. 감독이나 촬영감독이 '오케이'할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하므로 영화가 촬영되는 몇 개월동안 개인적인 약속이나 용무를 보기는 불가능하다. 영화노조의 보고서에 따르면 스태프들은 평균 1년에 6~7개월 일한다. 촬영이 없을 때는 마땅한 수입도 없어 실직자와 다름없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영화인 신문고센터'에 접수된 민원은 80% 이상이 '임금체불'이다. 접수된 임금체불액을 합치면 75억원이 넘는다. 2008년에 개봉한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은 중국 촬영 기간에 발생한 스태프들의 인건비를 아직도 지급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4대보험이나 추가 수당 등은 꿈도 꿀 수 없다. 현장과 직접 관련된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가입률은 29.1%, 32.6%에 불과하다. 촬영 중 다치면 각자 알아서 해야 한다. 한 시나리오 작가는 "일한 만큼만이라도 합당한 페이가 책정됐으면 한다"고 했다.


◆ 상생의 길 '표준근로계약서'= 최근 영화계에서는 도제식 고용 관행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표준계약서는 지난해 '관능의 법칙' 촬영현장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올해 1000만관객을 넘은 '국제시장'도 한국영화 최초로 전 스태프와 표준근로계약을 체결했다. 내용은 ▲하루 12시간 이상 촬영 제한 ▲12시간 넘길 시 초과수당 지급 ▲일주일에 1회 휴식일 보장 ▲4대 보험 가입 등이다. '국제시장' 제작에 참여한 김명진 프로듀서(33)는 "하루에 12시간 이상 일하면 수당이 크게 불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 안에 마치기 위해 모두 긴장하고 촬영했다"고 했다.


'국제시장'의 캐스팅 담당 스태프 김대욱 씨(29)는 "예전에는 현장에 시간제한의 개념이 없어서 36시간 잠 한 숨 못 자고 일한 적도 있다. 지금은 즐겁게 일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에서도 표준근로계약서 적용을 권장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모든 영화제작 현장에 표준근로계약서를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은 표준근로계약서이 법제화를 주장하고 있다. 홍태화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사무국장(38)은 "영화 스태프들이 받는 돈을 평균으로 계산하면 시간당 2790원이다. 저임금과 장시간 근로 등 관행을 뿌리 뽑으려면 표준근로계약서 작성을 법으로 정해야 한다"고 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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