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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불황의 그늘…면세점은 기업 구명줄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37초

[유통계 빅이슈 들여다보기] 면세점의 경제학


인천공항 평당 약 1억3400만원 임대료
롯데.호텔신라 매년 200억 적자에도 "세계시장 교두보, 놓칠 수 없는 카드"
내수침체. 소비패턴 변화로 위기 직면‥ 중견기업도 시내면세점에 목매는 이유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수천억원의 임대료를 내면서도 정작 이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 돈을 싸들고 찾아갔지만 자리가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런데도 수많은 사업자들이 목을 빼고 차례를 기다린다. 최근 유통업계의 최대 이슈인 면세점 사업권에 대한 얘기다.

상황을 놓고 본다면 인천공항면세점 사업장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다. 11일 낙찰받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9개 구역(대기업 구역 8곳, 중소ㆍ중견기업 구역 1곳) 사업자들은 평당(3.3㎡) 1억3444만원수준의 임대료를 내야 한다. 현재 임대료보다 15% 가량 높다.


그렇다고 현재 공항 면세점 사업자들이 돈을 벌고 있는것은 아니다. 현재 면세업계를 양분하고 있는 롯데와 호텔신라 마저도 매년 200억원 수준의 적자를 볼 정도다. 지난해 인천공항 면세점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7.3% 늘어 2조9000억원을 기록했지만, 사업자들은 이익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공항면세점은 여전히 매력적인 '쇼윈도(show window)'다. 연간 400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매출 기준 세계 1위 면세점의 사업권을 따내는 것은 글로벌 시장 진출과 매출확대를 위한 필수관문이기 때문이다. 내수 시장 침체와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 변화로 가세가 기울고 있는 유통업계 입장에서는 반드시 붙잡아야 할 '기회'인 셈이다.


중소ㆍ중견기업의 시내면세점 사업 진출도 마찬가지다. 대기업들은 자본력과 안정화된 유통구조로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이만큼 위험한 사업도 없다.


올해 정부는 중소ㆍ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서울에 1개, 제주도에 1개의 면세점을 추가로 허용했고, 다수 기업들이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면세점은 초기 투자비용과 운영비용이 높아 중소규모의 업체가 단독으로 운영하기에는 부담이 큰 사업이다. 지난 2012~2013년까지 정부가 중소기업에 12개의 시내 면세점 허가를 내줬지만 서희건설, 전남 로케트 전기 등 4곳이 허가권을 스스로 반납했고, 아산K 등 일부는 관세청으로부터 허가권을 취소당했다. 게다가 면세점의 최대 성공 요소가 '입지'임을 감안하면, 임대료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드는 이유는 시내 면세점의 가파른 성장세 때문이다. 불황이 길어지는 동시에 소비자들이 해외직구 등 다양한 소비채널을 공유하면서 내수는 침체되고 있지만, 요우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를 필두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화장품, 생활용품, 패션잡화 등 소비규모는 급증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0년 4조5000억원이던 시내 면세점 매출 규모는 지난해 7조5000억원으로 추정되며 올해는 8조원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손익 계산에 빠른 대기업들이 앞 다퉈 시내면세점 사업에 뛰어든 것도 '성장성'에 배팅했기 때문이다. 롯데와 신라 등 '빅2' 외에도 현대백화점, 현대산업개발 등이 입찰 참여를 공식화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00년 이후 15년 동안 신규 면세점이 오픈한 사례가 없다"면서 "동시에 유통 업계는 수익성 악화로 외국인 소비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기업, 중소기업을 불문하고 면세점 진출에 사활을 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면세점이 연간 30조원에 달하는 백화점 매출 규모를 따라잡는 유통채널로 성장할 가능성도 보고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천공항 면세점에 입점할 최종낙찰자는 11일 오후 발표된다. 새 사업자가 결정되는 구역은 대기업에 배정된 8곳과 중소ㆍ중견기업에 배정된 1곳이다. 유찰된 나머지 3개 구역에 대해서는 별도의 선정 작업을 거칠 예정이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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