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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학용품업체의 '인권침해' 해프닝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0분 51초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10분 더 공부하면 남편 직업이 바뀐다."


한 디자인 브랜드 업체의 일부 상품이 직업과 학력을 차별하는 문구를 담고 있다는 논란이 일어 해당 업체가 판매를 중단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 업체는 '10분만 더 공부하면 아내의 얼굴이 바뀐다' '대학 가서 미팅할래? 공장 가서 미싱할래?' 등의 글귀가 새겨진 학용품을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판매 중이었다. 주로 코믹한 요소를 콘셉트로 한 이들 제품은 지난여름부터 학생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었다.

9일 인권단체들은 이들 상품이 청소년에게 편견과 혐오 의식을 심어준다며 국가인권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업체는 문제가 된 상품 4종에 대해 판매 중지를 결정하고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사실 이 문구들은 해당 업체가 창작했다기보다 과거 일선 학교에서 '학업 독려'의 의미로 급훈 등에 쓰였던 것이다. 이러한 사진이 인터넷 사이트에 공유되며 '재밌다' '웃기다'는 반응을 끌어냈고 이 업체도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해명했다. 이번 판매 중단 소동에 대해서도 학생들은 '좋은 말이 아닌 건 알지만 웃어넘기면 될 일인데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인다.

인간이 '슬픔'을 느끼는 것은 어느 문화권이나 대체로 공통적인 데 비해 '유머'는 그 사회의 맥락과 가치관을 반영한다. 각 문화권마다 '유머 코드'가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린 시절부터 무한경쟁에 내몰리는 한국의 교육환경에서 청소년들이 이 문구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그래서 씁쓸하다. 심지어 어떤 학생들은 '틀린 말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이 문구가 틀린 말이 아닌 사회라면 더더욱 유머로 용인할 수 없는 이유가 될 것이다. 조롱과 비하가 난무하는 예능프로그램에 무감각해지듯 '유머'라는 이름을 단 차별과 편견을 너무 쉽게 소비하는 시대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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