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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은행 줄세우기의 씁쓸한 뒷맛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0분 55초

[아시아경제 이장현 기자] "마음이 좋을 리 있겠습니까. 은행별로 큰 점수 차는 없는데 대단한 것처럼 포장돼서 우리도 부담 됩니다"(혁신성평가 상위권은행 관계자)


"각 은행별 차이도 고려하지 않고 점수를 매겨 공개적으로 낙인을 찍으면 무언가 문제가 있는 은행처럼 비쳐질까 당연히 걱정이 됩니다."(혁신성평가 하위권은행 관계자)

지난 28일 금융위원회가 은행 혁신성평가 점수를 공개한 것을 두고 금융권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은행들도, 낮은 점수를 받은 은행들도 서로 민망해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공개적으로 망신을 줘 개선을 요구'하는 '네임 앤 셰임(Name & Shame)' 원칙에 따라 민원평가가 불량한 금융점포에 붙였던 '빨간딱지' 2탄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혁신성평가는 그 결과에 따라 실제로 정책금융의 출연료를 더 내고 덜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진화했다. 평가결과, '기술금융' 보다 소매금융 영업에 치중하던 외국계 은행들이 최대 47억원의 출연료를 더 내게 됐다. 이를 두고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상 당국 방침을 따르지 않아 받은 벌금인데 이런 금융환경에서 어느 외국인 주주가 국내 금융산업에 투자하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한 기술금융에 대해 당국은 "선의의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초기부터 기술금융은 중기대출에 강점을 가진 일부 은행에 더욱 유리했다. IBK기업은행이 초반 선두로 치고 나온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계와 지방은행 등 일부 은행은 소매금융에 특화된 영업을 하고 있다. 당국이 특정은행에 유리한 판을 짜고 '선의의 경쟁'을 말하는 것은 억지다.


또 당국이 총이익 대비 인건비를 따져 공개한 것도 불필요한 오해를 낳고 있다. 당국 표현에 따르면 "재밌는 것은 혁신점수가 높은 은행은 총이익 대비 인건비 비중이 낮다는 것"인데, 이 점수에 따라 인센티브가 달라지는 만큼 시중은행에 인적구조조정 요구로 비춰질 수 있다. 당국이 금융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을 내비친 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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