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한남동 검토→백인제가옥 검토→은평뉴타운→가회동 등 공관 변천사
1981년 혜화동에 첫 공관 입주…33년간 14명의 시장 거쳐가
한남동 새 공관부지, 금융위기로 中企 지원 '서울 파트너스 하우스'로 변경
백인제 가옥, 친일파 논란·문화재 훼손 우려로 중도 탈락
은평뉴타운서 8일부터 가회동 새 시장공관으로 이전…"사적 공간 아닌 공적 공간"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8일 서울시가 종로구 가회동 소재 단독주택으로 시장 공관(公館)을 이전·운영한다. 1000만 시민을 대표하는 서울시장의 공관인 만큼 새 공관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역대 서울시장들이 머물렀던 옛 공관도 주목받고 있다.
◆33년간 시장 머무른 '혜화동 공관'=서울시의 첫 공관은 종로구 창경궁로에 위치한 혜화동 옛 공관이다. 혜화동 옛 공관은 대지 1628㎡에 지어진 지하 1층, 지상 2층(연면적 520㎡)의 목조건물이다. 1940년에 건설돼 올해로 75년을 맞았고, 손원일 초대 해군참모총장의 사저, 대법원장 공관(1959~1979)으로 활용돼 왔다.
이 건물을 최초로 공관으로 사용한 시장은 제18대 박영수 시장(관선)이다. 박 전 시장은 1981년 사상 최초로 이 건물을 공관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관선시대 이후로도 조순, 고건, 이명박, 오세훈 시장 등 14명의 시장이 이 공관을 거쳤다.
그러나 혜화동 공관은 한양도성을 담으로 사용하고 있어 문화재 복원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결국 시는 2005년부터 새로운 공관 신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금융위기·친일논란에 중도탈락도=2005년 시가 공관 신축을 결정하면서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른 부지는 한남동 한강공원사업소 부지였다. 시는 총 3012㎡의 대지에 지하2층, 지상 3층(연면적 2966㎡)의 공관을 신축하기 위해 60억5000만원을 들여 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공관의 용도는 바뀌었다. 2009년 오세훈 시장은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한남동 공관을 '서울 파트너스 하우스'로 개칭, 중소기업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 시켰다.
시가 대안으로 마련한 것은 1913년에 건립된 '백인제 가옥'이었다. 시는 2012년 141억원을 들여 백인제 가옥(대지 2460㎡, 건물 545.52㎡)을 매입하고 한옥형 공관으로 조성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저택을 세운 한상룡(1880~?)의 친일(親日) 경력이 이같은 시의 방침에 제동을 걸었다. 한상룡은 일제강점기의 거부(巨富)로 총독부의 관료들과 결탁해 부를 거머쥔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 친일파다. 실제 그는 일제가 만든 '국민총력연맹(國民總力聯盟)' 간부로 활동한 전력이 있어 해방 이후 반민특위(反民特委)의 심판을 받기도 했다. 대표적 친일파 이완용의 처남이기도 하다.
◆은평뉴타운 아파트서 가회동 시대로=한남동 공관, 백인제 가옥 등의 대안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3년 은평뉴타운에 소재한 아파트(167㎡, 2억8200만원에 임차)로 공관을 옮겼다. 기존에 사용하던 혜화동 공관은 한양도성 시민안내소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은평뉴타운의 아파트는 1000만 시민을 대표하는 시장의 공관으로서 너무 협소하다는 지적과 함께, 다양한 시정업무·외부인사와의 면담 등을 진행하기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결국 시는 북촌 한옥마을 내 위치한 대지 660㎡, 건물 405.4㎡ 지하1층, 지상2층의 가회동 주택을 새 공관으로 선택했다. 28억원에 임차한 이 공간은 시청에서 2.5km 내에 위치해 시장의 직무수행에 도움이 되며, 북촌에 위치한 만큼 외국인 관광객 1400만 시대에 걸맞는 곳에 위치해 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시 관계자는 "공관은 단순 주거공간으로서의 사저가 아니라 서울시장이 24시간 시공간적 제한 없이 시정 현안을 논의하고 직무를 수행하는 공적 공간"이라며 "도시외교를 위한 각국 대사, 투자유치를 위한 기업인 등 주요 외빈을 대상으로 한 공관행사를 개최, 상호 친목과 우의를 돈독히 하고 시정협력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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