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손선희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5일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을 상정하고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여야 법사위원 대다수가 김영란법에 대한 과잉 입법 및 위헌 소지 우려를 제기해 원안 수정 가능성이 커졌다.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김영란법의 2월 국회 처리는 양당 원내대표와 법사위원장과 법사위 양당 간사 5명이 합의한 것이고 국민에게 약속한 것"이라며 "법사위원장으로서 '김영란법'의 2월 처리 약속은 지키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김영란법의 큰 취지에 공감을 표하면서 2월 국회 통과를 전제로 법안을 심사할 뜻을 전했지만 광범위한 법 적용 대상 범위로 인한 위헌 소지 등 논란을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원안을 고수하고 있는 김기식 정무위 야당 간사를 비롯한 당내 소장파 의원과의 마찰도 불가피해 보인다.
이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 앞서 "법사위는 오탈자나 잡아내는 곳이 아닌 헌법과 법률을 포함한 우리나라 법체계 전반에 관해 위반과 모순, 충돌은 없는지 전반을 심사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며 "법사위는 결함 있는 '엉터리법'이 소홀히 심사돼 국회를 통과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김영란법을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자에 대한 '선전포고'격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위원장은 이어 "제헌국회 이후 현 19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위헌 결정을 받은 법안이 470건이고 1988년도 13대 국회 이후 지금까지는 무려 375건"이라며 "국회가 위헌 법률을 생산해서는 결코 안 되는 것이고 위헌 법률이 국민 기본권 침해하면 아무리 추후 위헌 결정받아도 회복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법사위 수석전문위원은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부정청탁과 이해충돌 방지는 필수 요소임에도 애초 발의안과 달리 이해충돌 전체가 삭제된 상태로 의결되는 등 자체 완결성 결여로 보이고 사회적 파급 효과를 고려하면 이해충돌 방지에 관한 규정도 함께 제정할 필요 있다"고 판단했다. 또 "공직자 등 범위를 사립학교 교원 및 언론사 종사자까지 확대함으로 인해 민간영역에 대한 과도한 제한과 적용 대상 범위도 과도하게 광범위해 법 실효성이 오히려 저하될 수 있다"며 "일반국민 입장에서 부정청탁 구성 요건과 예외 사유를 판단하기 어려워 헌법 명확성 원칙에도 위배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대체 토론에 참여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지금 올라온 이 법은 법도 아니다"라며 "이것저것 기워서 준비한 누더기 법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김영란법은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돼 위헌성이 있다고 본다"며 "2소위에 회부해 대폭적으로 손질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국민의 바람이 있다면 세부적 내용에서 위헌성 논란이 있다 하더라도 입법적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며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법사위는 오는 23일 법사위 주최로 공청회를 열고 의견 수렴을 거친 뒤 다음 달 2일 다시 전체회의를 열고 3일 본회의에 상정 의결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여야는 물론 당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2월 임시국회 회기 중 통과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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