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주민센터는 지역발전 방안 수립 → 구청은 실행계획 수립 → 주민 발표 → 사업 시행 … 지역 발전 견인할 단위 사업 105개 발굴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흔히 동 주민센터는 등·초본 발급 등 민원처리를 주로 하는 최하부 행정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동작구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동 주민센터에서 계획을 세우면, 구청 사업 부서에서 이를 실행한다.
동작구(구청장 이창우)는 동 주민센터에서 지역 특성을 반영한 ‘동 미래발전 특성화 전략’을 마련, 동 업무 보고회에서 주민들에게 순차적으로 발표한다.
이는 그간 한정돼 있던 동 주민센터의 역할을 뒤집는 것이라 눈길을 끌고 있다.
◆지역사정 잘 아는 동 주민센터, 한정된 역할 벗어나는 계기
구는 주민들 요구가 구체적인 사업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올 초 동 주민센터에 직접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권한을 부여했다. 사업 부서에서는 이를 검토하고 시행토록 해 실현가능성을 높였다.
이는 동 주민센터가 주민의 접점인 동시에 지역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지역의 고른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 특성을 반영할 사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주민 의견 →동 사업 제시 →구청 실행계획 수립→ 주민 발표 → 사업 시행
5일부터 20일까지 15개 동 주민센터에서는 주민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이 자리에는 학부모, 아파트 주민 등 지역 주민들과 부구청장, 동 주민센터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지역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사업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토의 시간을 가졌다.
이를 토대로 30일까지 각 동에서는 지역 발전 방향을 함축한 ‘전략 목표’를 선정했다.
이를 구체화한 세부 단위사업 105개도 만들었다.
이렇게 확정된 단위사업에 대해서는 이달 24일까지 추진일정, 재원 조달방법 등을 포함한 세부 추진계획을 구 사업부서에서 수립한다.
최종안은 25일부터 있을 ‘동 업무 보고회’에서 주민들에게 발표할 예정이다.
◆공무원학원 밀집한 노량진1동에서는 취업정보제공센터 조성 등
동 주민센터에서 마련한 단위 사업으로는 공무원 학원이 밀집된 노량진1동에서는 취업준비생을 고려한 정보제공센터 조성, 숭실대가 자리한 상도1동에서는 청년 창업공간 조성 등이다.
또 어린이 인구 비율이 높은 상도4동은 안전 골목놀이터 조성,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흑석동에는 어르신 복합문화센터 건립, 문화축제가 전무한 사당3동에는 삼일공원 야외 음악당 건립 등이 있다. 모두 지역 특성을 감안한 사업들이다.
◆달라진 동주민센터 역할 강조 위해 구청장이 직원레터 보내기도
이런 생소한 업무 방법에 대한 혼란도 있었다. 일부 직원들은 동 주민센터에서 어떻게 사업 계획을 만드냐고 우려했고, 사업부서에서는 뒤바뀐 입장에 난처함을 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창우 구청장은 지난 2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편지를 보내 '주민, 동 주민센터, 구청이 함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며 설득했다.
또 15개 동 주민센터를 일일이 돌며 직원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구는 최종안을 공개한 직후 3월부터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들어간다. 사업의 실행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매월 추진상황 점검회의를 갖는다. 또 주민들을 대상으로도 중간 보고회도 실시할 예정이다.
이창우 동작구청장은 “동 주민센터는 작은 구청이자 종합행정기관이 돼야 한다”며 “주민들의 요구와 필요가 담긴 여러 정책들을 통해 동작구 전체에 행복한 변화가 생기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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