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근로자, 영국 소비자, 페루 대통령, 미국 팝스타, 한국 라이벌
[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한 분기에만 755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 746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애플. 회사의 크기와 인기만큼 전 세계인의 삶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중국 심천의 공장 근로자부터 미국 할리우드 스타까지 모두 애플의 영향권 아래 있다.
중국 근로자= 애플 제품을 생산하는 최대 하청업체 폭스콘의 전형적인 근로자는 20대 중후반의 '계절 노동자'다. 계절 노동자란 계절에 따라 집중적으로 일이 많이 몰리는 산업 분야에서 일정 기간 동안만 일을 하는 노동자를 말한다.
이들은 월 평균 180파운드(약 30만원)를 받는다. 이는 중국 내 대부분의 '블루칼라(www.worldsalaries.org/china.shtml)' 직군보다 높은 수준으로, 많은 근로자들은 봄이나 가을 학교가 개강하기 전에 단기적으로 일을 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들 생계의 가장 큰 위협은 애플이라기보다는 폭스콘이 모든 공정을 로봇화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중국 노동자들의 고통은 만만치 않다. 한 주 평균 56~51시간 근무는 기본이고 2시간마다 15분씩 쉬는 시간을 줘야 한다는 방침을 무시당하는 경우도 허다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과 2013년에는 근로자들의 자살로 회사의 노동 강도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영국 소비자= 영국에서 애플은 럭셔리 브랜드다. 4인 가족 기준으로 2대의 아이패드, 아이맥 1대, 아이폰 4대를 구매하면 약 3373파운드(약 557만원)가 든다. 일반 중산층(4인 가족 기준)의 소득이 4만4200파운드임을 감안하면 쉽게 애플을 선택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디언지에 따르면 영국 소비자의 30%는 아이폰을 가지고 있으며 영국에서 사용되는 태블릿의 50%는 아이패드다.
영국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아이폰 사용자가 많으며 이는 애플 리테일숍 숫자에서도 나타난다. 영국에 개점한 애플 리테일숍은 38개에 이르며 이는 미국(263개)에 이어 두 번째다. 프랑스는 18개, 이탈리아 15개, 독일 14개다. 가디언지는 "독일의 경우에는 인구수도 영국보다 훨씬 많다"고 덧붙였다.
페루 대통령= 2011년부터 취임한 오얀타 우말라 페루 대통령은 애플의 성장세가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지난해 애플이 올린 연간 매출 1998억달러(약 218조9억원)는 페루의 2013년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금액이다. 당시 페루의 GDP는 2000억달러로 유엔(UN) 가입국 중 51번째였다.
애플 매출의 성장 속도는 15%로, 페루 GDP의 성장속도(6%)보다 빠르다. 페루의 인구는 약 3110만명으로 아이폰의 3달 판매량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땅 면적으로는 세계 20위에 들면서 전 세계에 구리, 금, 아연, 섬유를 수출하는 국가의 경제활동이 한 회사보다도 못할 위기에 놓였다.
미국 팝스타= 애플은 2003년 아이튠스 뮤직 스토어를 내놓으면서 음악 비즈니스 업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음원을 구매하는 행위를 더 빠르고 쉽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최근 스포티파이, 디저 등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주류로 자리를 잡으면서 음원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주요 스타들은 여전히 음악을 판매하길 원하고 있다. 미국의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는 지난해 10월 스포티파이 등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자신의 음악을 삭제했고, 1989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음원을 판매했다.
한편 애플도 음악을 다운로드하는 개념은 이미 유행이 지났다는 점을 직시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달 영국의 음악 시장 분석업체 세메트릭을 인수하고 대중음악 트렌드 분석 능력을 강화하고 나섰다. 또 앞서 지난해에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비츠 일렉트로닉스를 32억달러(약 2조27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기업 라이벌 한국=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에 애플은 라이벌이자 중요한 고객이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이 잘 팔리면 화면, 메모리, 반도체 부품들의 매출도 함께 뛴다. 성장이 둔화됐을 때는 둔화 현상도 더 확대돼서 나타난다.
하지만 삼성의 경우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잃으면 부품들이 수익을 대체할 것이라고 외신들은 보고 있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화면, 메모리 등 부품들도 모두 삼성이 제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가디언은 삼성이 '플라이휠 효과'에 의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플라이휠은 처음에는 돌리기가 쉽지 않지만 일단 가속이 되면 손쉽게 돌아가는 바퀴다. 삼성이 이 바퀴를 꾸준히 돌려 이제는 바퀴가 스스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삼성에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점유율 하락세는 몹시 고통스러운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삼성은 져도 여전히 이긴다"고 표현했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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