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오송에서 광주 송정 구간을 잇는 KTX 호남고속철도 개통 시기가 당초 발표된 3월에서 4월로 늦춰질 움직임이다. 국토교통부는 어제 "호남고속철도 개통 시기는 관계기관 일정 협의를 통해 4월 초로 정해졌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지난 15일 호남고속철 시승행사에서 개통 시기를 3월로 밝힌 바 있다.
12일 만에 개통 시기가 연기된 것은 서대전역 경유 문제를 놓고 광주ㆍ전남ㆍ전북과 대전이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부 KTX가 서대전역을 경유하면 전북 익산까지 기존선을 저속 운행해야 하므로 시간이 더 걸린다는 이유에서다. 새로 건설한 오송~송정 구간을 바로 달리면 서울 용산에서 광주 송정까지 1시간33분 걸리는 반면 서대전역을 거치면 2시간18분으로 45분 더 걸린다. 현 소요시간(2시간39분)과 별 차이가 없게 된다.
기존 호남선 서대전역 경유 문제를 놓고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관련 지자체, 지방의회가 성명을 발표하는 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서대전을 경유하면 고속철이 아닌 저속철로 전락한다'는 주장과 '호남선을 이용해온 충청 주민들이 불편하고 지역경제도 침체된다'는 주장이 맞서 있다. 충청권에서도 충북과 대전ㆍ충남이 다른 입장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호남ㆍ전라선 KTX 82편 가운데 18편(22%)을 서대전으로 경유시키는 운행계획을 국토부에 낸 상태다.
호남고속철도는 2009년부터 8조3529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대형 국책사업이다. 마을버스 노선도 아닐 진데 경유지 논란 때문에 개통 시기를 늦춘다면 웃음거리다. 지역이기주의를 떠나 수도권과 호남권을 신속하게 연결해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확산한다는 당초 건설 취지에 맞춰 운행계획을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 지역의 이해관계보다 국가 기간교통망으로서의 경제성과 효율성을 중시해야 할 것이다.
철도시설공단은 지난 26일부터 상금 1000만원을 걸고 호남고속철 개통으로 인한 성과ㆍ효과ㆍ장점을 담은 영상과 이미지 공모전을 하고 있다. 철도시설공단 블로그에 개통 축하 댓글을 달면 선물을 주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개통 시기를 '3월 말'로 안내하고 있다. 시승행사까지 하고 대국민 홍보전에 들어간 호남고속철, 기술과 안전상의 문제가 아니라면 약속한 개통 일정에 맞추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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