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연 장지향박사...왕자 7000여명이나 왕자의 난 가능성은 적어
[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압둘라 국왕의 서거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전환기를 맞고 있다. 형제계승제도에 따라 이미 동생이 왕위를 이어 '왕자의 난'은 일어날 수 없지만 과격 이슬람 테러단체 ISIL의 준동, 셰일가스,저유가는 사우디가 풀어야 할 숙제로 떠올랐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장지향 박사는 28일 '압둘라 사우디 국왕 서거, ‘왕자의 난’ 원인될까'라는 다소 도발하는 내용의 아산포커스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사우디를 세운 압둘아지즈 국왕은 22명의 부인 사이에 아들 44명 을 뒀고 왕자만 7000여명에 이르기에 이런 질문을 던졌다.
장 박사는 "사우디는 장자 계승이 아닌 형제 계승 체계인 만큼 왕자의 난이 발생할 갸능성은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사우디 왕위는 이미 79세인 이복동생 살만 빈 압둘아지즈 왕세제가 승계했다.이에 따라 국방부 장관과 리야드 주지사를 역임한 살만이 국왕이 되고 이복형제 중 가장 나이가 어린 무크린 빈 압둘아지즈가 왕세제가 됐다.
지난 23일 서거한 90세 압둘라 국왕은 2005년 즉위했으나 왕세제 시절인 1995년부터 병석의 이복형 파드 국왕을 대신해 사실상 사우디를 통치해왔다.
장 박사는 "사우디에는 7000여명의 왕자가 있고 많은 이슈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기는 하다"면서"그러나 사우드 왕실은 정치 권력과 석유 자원을 둘러싼 경제 이권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박사는 "견해 차이에 따른 내부 분열로 인해 정치적 불안정을 가져오고 막대한 이해 관계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압둘라 국왕은 2007년 선출위원회를 조직해 국왕 단독으로 후임 왕세제를 고르는 방식을 없앴다. 위원회 내에는 다양한 모계라인의 대표가 포함돼 있어서 일종의 집단지도체제 방식으로 작동한다. 물론 현재 왕자들이 너무 나이가 많은 것은 문제다.
사실 압둘라 국왕 재위 시절 2명의 왕세제가 노환으로 죽었다. 하지만 이제 왕세제가 된 막내 아들 무크린은 69세로 대부분의 조카들보다 나이가 어리다.
그렇다면 사우디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일까? 장박사는 이슬람 급진세력의 부상과 셰일 가스 혁명과 저유가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사우디 왕실은 폐쇄적인 지배 체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슬람과 순응에 대해 과도하게 강조해왔다. 왕실 체제에 대한 순응이 이슬람의 실천이라는 담론을 확산하고 순수한 초기 이슬람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살라피즘'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급진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의 양산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2001년 911 테러 공격을 자행한 알 카에다 소속 19명 이슬람 지하디스트 가운데 15명이 살라피와 와하비파에 속한 사우디인이었다.
미국발 셰일 혁명 이후 최대 원유 생산국이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리더라는 지위가 위태로워진 것도 큰 문제라고 장박사는 지적했다. 사우디는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지분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대대적인 증산으로 저유가를 이끌고 있다. 저유가로 셰일개발의 채산성을 낮춰 앞으로 시장 우위를 점하려는 계획이다. 장 박사는 "사우디는 단기손실을 감수하고 미국 셰일개발업체와 한판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현상황을 판단했다.
미국 정부 역시 이러한 저유가 상황이 우후죽순처럼 난립한 셰일업체들을 시장의 논리에 따라 정리하도록 내버려두고 있다. 게다가 이란과 러시아가 저유가의 가장 큰 피해자라는 사실 역시 미국의 지켜보기 대응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장 박사는 "사우디와 OPEC도 언제까지나 손실을 감수할 수 없는 만큼 올해 중반 쯤에는 유가가 70달러대로 반등할 것"이라면서 "인구 60% 이상이 20대 이하 젊은 층이라는 것, 여성에 대한 과도한 억압 같은 문제들도 사우디의 불안정을 야기시키는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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