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석유수출국기구(OPEC)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 아라비아의 국왕 별세가 추락하는 유가에 제동을 걸 수 있을까.
23일(현지시간) 새벽 1시에 지난 10년간 사우디 아라비아를 통치한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이 향년 90세 일기로 사망했다. 압둘라 국왕 타계 직후 국제유가는 급반등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우리시간으로 오전 8시48분 현재 뉴욕상품거래소 시간외 거래에서 3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2% 상승한 47.2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22일 종가는 3.1% 하락한 46.31달러를 기록했지만 압둘라 국왕 타계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가의 흐름이 바뀐 것이다.
유가 상승에는 사우디의 국왕이 타계하고 왕위를 이어 받는 부총리 겸 국방장관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왕세제가 사우디의 석유 정책을 전환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사우디는 OPEC 내 최대 산유국인 만큼 OPEC의 산유량 결정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지난해 11월 OPEC이 하루 산유량을 배럴당 3000만배럴로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국제유가는 하락 속도가 더 빨라졌다.
또 오랫동안 권력을 유지해온 국왕이 사망하면서 사우디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유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사우디의 석유 정책 전환 가능성을 크게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사우디의 석유 정책이 바뀌려면 그동안 유가가 하락해도 감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이 교체되야 하는데 새 국왕을 맡게 된 살만 왕세제가 석유장관 교체를 지시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나이미 석유장관은 1995년 부터 석유 정책 결정 역할을 맡으면서 사우디 내부에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말 나이미 석유 장관은 설사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50달러, 40달러, 20달러까지 하락하더라도 개의치 않고 현 석유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런던 소재 컨설팅업체인 아라비아 모니터의 프로런스 에이드 오악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사우디 정부는 이미 유가 하락을 견뎌내겠다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 상태"라면서 "나이미 석유장관은 사우디 내부에서 입지가 견고하고 존경을 받고 있기 때문에 단기간 내 자리에서 내려올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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