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국회 공무원연금개혁특위는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인사혁신처·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 등으로부터 현안보고를 받았다. 이날 정부는 여야 의원들의 기본적인 질문조차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으며 지난 16일 공무원 연금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에서 부실자료로 지적받았던 현안자료를 그대로 의원들에게 제출해 비판을 받았다.
이날 전체회의에는 인사혁신처장, 복지부 차관, 기재부 차관보 등이 출석해 전체회의에 임했다. 하지만 의원들의 현안 질의에 대한 대답 수준은 상식을 깨는 수준이었다.
이날 강기정 새정치연합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무원연금개혁 발언과 관련해 기재부에 충당부채 개념정의를 물었지만, 기재부측으로부터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했다.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은 이와 관련해 "연금충당부채 개념은 포탈 검색만 해도 나온다"며 "왜 연금충당부채가 국가채무에 안 잡히는지 설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금충당부채 개념을 설명해준 쪽은 오히려 정부부처가 아닌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갑자기 공무원들이 모두 관둔다고 할 때 기금에 있는 돈을 주고 그뒤 정부가 순전히 부담해야 하는 부분을 충당부채라고 한다"고 설명을 해줬다.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정부로부터 재정적자 규모에 대한 답변도 듣지 못한 채 '자문자답'하며 의사일정을 진행했다. 우리나라 재정을 총괄하는 기재부는 이날 지난해 재정규모가 얼마냐는 홍 의원의 질문에 대답을 못하는 진풍경을 펼쳤다.
김성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질의를 통해 "아주 특이한 특위 경험을 한다"며 "처음부터 일이 꼬이는 거 같다"고 말했다.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도 "여러 사정 감안해도 답변이 불성실하고 자신없게 해서 실망스럽다"며 "연금개혁을 할 생각이 없냐"고 꾸짖었다.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모르면 담당국장이든 과장이든 아는 사람이 대답을 하라"고 채근했다.
이날 현안보고자료도 지난 16일 공무원 연금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에서 나왔던 자료 그대로였다. 당시에도 참석자들은 정부를 상대로 자료가 부실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1주일이 지났음에도 정부는 해당 자료를 '재활용'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공무원연금개혁에 대한 정부측 입장이 없다는 점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여야 의원들은 정부안 없이 공무원연금개혁을 하자는 것이냐고 물었다. 배재정 의원은 "공무원연금개혁을 해야 한다고 정부가 하고는 정작 정부는 쏙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새누리당이 욕을 다 먹어가고 개혁을 추진하는데 인사혁신처는 정년을 연장한다거나 타임제를 실시한다는 이야기를 한다"며 "정부는 당사자로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새누리당이 국회에 제출한 안이 있다"며 "현재 정부는 안을 제출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안을 내놓지 않는 이유는 그동안의 개혁이 셀프개혁이어서 개혁 효과가 미미하고 미봉책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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