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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독주 확인' 스위스, 최저환율제 전격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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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중앙은행 "달러 강세 지속되면 스위스프랑도 약세"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스위스 중앙은행(SNB)이 2011년 9월 도입한 최저환율제, 즉 스위스프랑 강세를 막기 위해 유로당 1.20스위스프랑의 하한선을 정해놓고 스위스프랑 무제한 공급에 나섰던 정책을 15일(현지시간) 전격 폐기했다.


SNB가 최저 환율제를 고수할 것이라던 시장의 예상을 벗어난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최환율제를 폐기한 것이 다소 놀랍다면서 SNB가 이번 결정에 대해 미리 귀뜸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22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전면적인 양적완화를 도입하면서 유로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SNB의 결정은 더욱 놀랍다. 유로가 약세를 보이면 유럽 내 가장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스위스프랑이 강세를 나타낼 수 밖에 없는데 SNB는 되레 스위스프랑 강세 제어 장치를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SNB가 주목한 것은 ECB의 추가 부양 조치가 아니라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행보였다.


SNB는 최저환율제를 폐기한 것에 관련해 주요 선진국의 통화정책이 나뉘어 갈라지고 있는 다이버전스(divergence)를 언급했다. ECB는 추가 부양 조치에 나서지만 미국 Fed는 긴축 행보에 나서 지난해 양적완화를 중단했고 올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SNB는 이같은 각국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차별화가 점차 뚜렷해지면서 유로는 달러에 상당한 약세를 보이고 있고 이로 인해 스위스프랑도 달러에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환경에서 유로와 스위스프랑 간의 환율을 제어해왔던 최저환율제는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SNB가 강조한 것은 달러와 유로, 달러와 스위스프랑 간 환율이었다. 유로·스위스프랑 환율은 언급되지 않았다. 결국 이는 달러 독주의 시대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주요 경제대국들이 여전히 부양을 고집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홀로 긴축 행보에 나서면서 달러 강세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이런 달러 독주 시대에서 ECB가 유로 약세를 유도해도 스위스프랑 강세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SNB는 판단한 것이다.


소시에떼 제네랄의 키트 저키스 외환 투자전략가는 "계속 가치가 떨어지는 유로를 무제한 매수하는 것이 더 이상 합리적이지 않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SNB가 스위스프랑 약세 유도를 포기했다기보다는 전략을 바꾸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는 유로·스위스프랑 환율보다는 달러·스위스프랑 환율을 살피며 시장에 개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위스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유로당 1.20스위스프랑을 기록하던 스위스프랑 환율은 SNB 발표가 나온 직후 유로당 0.86스위스프랑까지 치솟았다. 이후 유로당 1스위스프랑에서 안정되는 흐름을 보였다.


스위스 증시는 8.7% 급락했다. 향후 스위스프랑이 강세를 보이면서 수출 중심인 스위스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투매가 펼쳐졌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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