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위험관리 인식 점점 높아져…가입 의무화땐 비금융권 수요도 급증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지난해 국내 손해보험회사들의 개인정보유출 배상책임보험 수입보험료 실적이 7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정보유출에 대한 기업들의 위험관리 인식이 꾸준히 높아지면서 최근 4년새 수입보험료가 3배 가까이 늘어났다.
12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삼성ㆍ현대ㆍ동부ㆍLIGㆍ메리츠ㆍ한화ㆍ롯데ㆍ흥국ㆍAIGㆍMG 등 10개사의 지난해 12월말(추정) 기준 개인정보유출 배상책임보험 수입보험료는 총 7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6.0% 늘어났다. 계약건수는 같은 기간동안 142건에서 177건으로 늘어났다. 대형 손보사 5곳(삼성ㆍ현대ㆍ동부ㆍLIGㆍ메리츠)의 수입보험료는 49억원에 달한다.
대형 정보유출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그 심각성이 커지면서 개인정보유출 배상책임보험에 대한 중요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00년대 들어 GS칼텍스 고객 개인정보유출, 옥션 고객 개인정보유출, KT 고객정보유출 등 대형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에도 KB국민ㆍ농협ㆍ롯데카드 고객신용정보가 1억580만건이나 유출되는 큰 사고가 발생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국내 개인정보유출 배상책임보험 수입보험료는 2010년 15억원, 2011년 26억원, 2012년 35억원, 2013년 54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계약건수도 같은 기간동안 51건, 81건, 107건, 142건 등으로 늘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유출 배상책임보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아직까지는 크게 확산되지는 않았지만 계약건수와 수입보험료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가입 문의도 부쩍 증가했고 의무화가 된다면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유출 사건은 발생 빈도는 높지 않지만 발생 시 피해 규모가 매우 크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기업이 정보를 유출할 경우 기업이 재무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고 피해자들이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될 소지가 있다.
전세계에서 발생하는 연간 사이버 정보유출 범죄에 의한 손해액은 최대 1000조원으로 추산된다. 정보유출 사고 예방과 이에 대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위험관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개인정보유출 배상책임보험 의무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대형 재난재해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기업의 활발한 경제활동을 뒷받침하는 재난대비의 안전망으로써 손해보험의 역할을 확립해야 할 것"이라며 "개인정보유출 배상책임보험 등의 신규 의무보험 도입을 통해 손해보험산업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개인정보처리자 등에게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 경우 그 손해의 배상을 보장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거나 금융회사에 자산을 예탁하게 함으로써 정보주체를 위한 피해보상 체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내용이다.
최창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손보사들이 시장의 수요에 맞는 정보유출배상책임보험 상품을 개발하고 정보유출 리스크관리 서비스 제공을 통해 사업 영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대부분 정보유출 배상책임보험 상품이 주요수요자인 금융사업자들을 대상으로 개발됐지만 향후 비금융권 기업들과 중소사업자들의 가입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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