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정초부터 대내외 악재가 잇따르면서 경제주체의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유가 급락에 그리스발(發) 충격에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엔저에 기업들의 실적부진까지 겹치면서 주식시장도 혼란에 빠졌다. 경기회복세가 여전히 미약한 상황에서 담뱃값을 빼면 1%대의 저물가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시 물가하락)우려도 여전하다. 체감경기뿐만 아니라 주요 지표와 향후 경기전망 모두 불안의 그림자로 뒤덮여있다.
그런데 가계와 기업과 함께 3대 경제주체 중 하나인 정부만 유독 생각이 다른 것 같다. 시장과 가계, 기업, 학계는 물론 정치권(주로 야당에서)에서 제기하는 각종 우려에 대해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가 "그렇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일희일비하는 시장에 일일이 대응하거나 반응하지는 않는 것이 당연하고 되도록 경제를 비관하기보다 낙관론을 펼치면서 시장과 경제주체에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과 전망에서 정부와 시장(국민)과 괴리가 발생하면 정책에 대한 신뢰성 저하와 함께 정책의 효과성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崔부총리 "유가하락 호재" vs 저물가 우려 공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의 저유가가 우리 경제에 호재라고 말한다. 6일 신년기자간담회에서 "부분적으로 악재가 있을 수 있다. 호재는 안 하고 악재만 자꾸 하니까 무지하게 나쁜 것처럼 인식이 돼 있다"고 말했다. 틀리지는 않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유가가 10%하락하면 1년간 국내총생산(GDP)이 0.19%포인트 상승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최 부총리는 유가가 30% 하락하면 가구당 유류비 50만원이 절감된다고 했다. 하지만 유가하락은 단순히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서 이뤄지는 게 아니라 국제 정치, 경제, 외교 등의 복합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유가가 하락하면 수입물가가 하락하고 가계에는 도움이 되지만 물가를 낮추는 요인이 되고 이는 저물가 고착화를 유도할 수 있다. 소비부진까지 겹치면 디플레 가능성도 있다. 유가하락으로 인한 국제정세불안은 대외리스크에 취약한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성장률 3.8% vs "너무 낙관적이다"=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3.8%다. 당초 전망치인 4.0%에서 0.2%포인트 낮춘 것이다. 예산도 3.8%를 기준으로 잡았다. 한국은행은 정부보다 0.1%포인트 높은 3.9%를 예상했다. 반면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은 3.5%로 전망했고 경기가 나빠지면 이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국경제연구원(3.6%)과 LG경제연구원(3.4%) 등 민간기관들도 올해 성장률을 정부 전망치보다 낮게 잡았다.
야당은 너무 장밋빛이라고 비판한다. 백재현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은 "정부는 작년 성장률을 4%로 예상했었고, 최 부총리도 7월 취임하면서 4% 성장을 자신했었다"면서 "그러나 작년 실적은 3.4% 성장한 것이었다. 부끄러운 일이다. 또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3.8%로 터무니없이 낙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관적 전망이 걱정된다면, 실상을 국민들께 솔직하게 공개하고 국민들의 동의와 공감 속에서 경제정책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면서 "터무니없는 장밋빛 숫자만 나열한다고 갑자기 국민들의 비관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솔직한 경제전망을 국민들께 알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동의를 얻어서 경제정책들이 만들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세수펑크 8조→10조→13조→15조 갈수록 커져= 성장률 하락은 세수감소로 이어지고 목표치보다 못 걷는 세수부족으로 이어진다. 세수부족(세입결손)은 2012년 2조8000억원, 2013년 8조5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도 10월까지의 세수진도율이 82.1%로 8조5000억원이 펑크난 전년 동기의 87.3%보다 5.2%포인트 낮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 연간 세수부족은 10조원이 훌쩍 넘어선다.
국회 예산정책처(예정처)는 1~7월까지 세수실적 및 거시경제 전망 등을 전제로 2014년 국세수입의 예산대비 결손 규모를 10조7000억원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8~10월 중 세수실적은 유가하락 등 수입액 감소에 따른 부가가치세(수입분) 및 관세 감소 등으로 당초 기대했던 세수증가율을 하회해 기존 전망에 비해 1~2조원 수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예정처가 12∼13조원대의 세수부족을 예상한 것과 견줘 최재성 새정치연합 의원은 세수부족규모를 최대 15조원으로 추정했다. 최 의원은 "2014년 10월 징수실적을 기준으로 최근 3년 평균 진도비를 적용하면 2014년에 국세는 15조3000억원, 세외수입은 2조6000억원 등으로 11월, 12월 국세징수 실적이 증가해도 세수가 최소 15조원 이상 결손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에 기재부는 9월 2015년 정부예산안 브리핑시에는 "금년 세수부족은 8~9조원으로 예상한다"고 했다가 10월24일 기재부 국정감사에서는 "10조원은 안 넘을 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도 세수부족 vs 달성가능= 예정처는 올해에도 당초 전망(3조4000억원)보다 세수부족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0월 예정처는 2015년 경기회복 가시화(경상성장률 5.6%), 자산시장 반등 등을 전제로 국세수입을 2014년대비 6.1% 증가한 218조2000억원으로 전망했었다. 이는 2015년 국세수입 예산(221조5000억원)대비 3조4000억원 감소한 규모다.
예정처는 그러나 2015년 경기가 예상한 정도의 회복세를 보이지 못할 가능성이 증대함에 따라 세수 역시 당초 전망을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수정했다. 기재부는 이에 대해 "경상성장률 전망이 예정처(5.6%)와 정부(6.1%)가 다르고 공약가계부 재원조달 가능 규모 등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2015년 정부의 국세수입 예산안은 경제성장률 등을 근거로 객관적으로 추계해 달성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