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최근 국제유가하락이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 일부 산유국의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단 일부 산유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더라도 세계경제와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란 설명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산업연구원, 금융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5개 국책연구기관은 7일 이 같은 내용의 '유가하락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경상수지가 적자이고 실질 민간신용이 큰 폭으로 확대된 일부 산유국과 신흥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원유수출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의 경우 1998년과 같은 국가부도사태에 이르지 않더라도 국가신용등급 투기등급 강등, 기업 및 금융기관의 연쇄부도, 자본통제 도입 등 국제 금융시장 경색을 초래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말 기준 외환보유고가 4500달러 수준으로 단기 대응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원유·석유제품 수출이 총수출의 49%, 재정수입의 45%를 차지해 유가하락 시 실물경기 침체가 가속되고 정부재정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3.0%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S&P는 러시아 국가신용등급을 투자적격 중 가장 낮은 BBB- 로 평가하는 데다, 부정적 관찰대상에 포함시킨 상태다.
베네수엘라 역시 석유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유가하락에 따른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석유산업은 GDP의 20%, 총수출의 95%, 재정수입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유가하락에 따른 재정수입 감소는 정부의 재정지출을 제약해 내수 둔화를 심화시킬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2003~2010년 발행된 외화표시 국채의 만기가 2014~2016년에 집중돼있어 향후 외채상환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국가는 금융위기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됐다. 막대한 규모의 국부펀드와 외화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실물경제 위축이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란과 리비아는 각각 경제제재와 지정학적 위험 등으로 원유생산과 수출이 제한되고 있어 다른 중동 산유국에 비해 유가하락이 실물경제와 재정수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다소 클 것으로 점쳐졌다.
보고서는 여타 신흥국으로 금융위기가 전이될 가능성은 낮게 바라봤다. 그러나 미국 금리인상 등과 중첩되면서 신흥국으로부터 자본의 급격한 유출이 발생할 수는 있다는 평가다. 이 경우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적자인 아르헨티나, 터키, 인도네시아가 위험국으로 꼽혔다.
우리경제 역시 부정적 파급효과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위기에 따른 일부 산유국과 신흥국의 경기침체는 세계경제 성장률을 둔화시키며 수출경로를 통해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주요 금융위기 취약성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신흥국 중 금융위기 가능성이 매우 낮은 그룹에 속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경상수지와 단기외채를 합한 총지불부담 대비 외환보유액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산되는 정도에 따라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 있다"며 "견실한 기초경제여건을 가진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 투자 축소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금융시장의 불안이 고조될 경우 대폭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63달러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배럴당 97달러 수준이었던 전년 대비 34.5% 낮은 수준이다. 단 석유수출국기구(OPEC) 공급증가,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 시 연평균 배럴당 49달러대까지 추가하락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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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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