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장현 기자] 국내 주요 시중은행 수장들이 비대면 채널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고 자금을 중개하는 '인터넷 전문은행'에 비상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들은 은행 자회사 형태의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검토하는 한편 상반기 금융위원회가 내놓을 제도개선안이 속히 마련되길 기대하고 있다.
5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5년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임종룡 NH농협금융 회장은 기자와 만나 "농협금융도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스마트금융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데, 인터넷 전문은행을 자회사 형태로 도입할지는 규제가 완화되는 방향을 봐서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 세종로에 증권과 은행을 결합한 복합점포 1호점을 발 빠르게 개점한 농협금융은 앞으로도 핀테크(금융+기술)와 결합한 신시장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역시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제도와 시스템이 우선 구축돼야 한다"고 전제한 뒤 "자회사로 설립할지는 금융위에서 진행 중인 규제완화 결과를 지켜보고 결정할 테지만 어떤 방향이든 정해지면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곧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경제ㆍ금융당국 역시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토양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신년사에서 "핀테크, 인터넷 전문은행 등 보다 가볍고 빠른 플레이어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고 업권 간 칸막이를 완화해 금융산업에 경쟁과 혁신적인 변화를 촉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핀테크, 창조금융 등 시대적 조류를 활용해 한국금융의 성장 동력이 끊임없이 창출되도록 금융혁신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학계와 금융연구원, 각 금융사, 금융감독원 등이 참여한 인터넷 전문은행 태스크포스를 오는 9일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소유규제(금산분리), 실명확인(금융실명제) 등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해 상반기 중 최종 결과를 내놓기로 했다. 금융위는 최대한 신속히 결정을 내겠다는 입장이지만 금산분리 등은 국민적 반감이 거세고 금융실명제 완화도 금융소비자 보호와 대립돼 난항이 예상된다. 2008년에도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논의하면서 해당 사안을 모두 검토한 바 있지만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마땅한 대안 없이 되풀이된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금융당국이 이번엔 설득력 있는 방안을 신속히 내놔야한다는 금융권의 요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알리바바, 페이팔 등 글로벌 핀테크 서비스가 세계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에서 핀테크ㆍ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골든타임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에는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윤 회장은 "인터넷 전문은행을 은행 자회사로 설립하는 방향은 맞다고 보지만 KB는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고, 한 회장은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