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의 '커리어 그랜드슬램' 도전에 한국선수끼리 신인왕 경쟁 '골프한류'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그야말로 역대 최강의 전력이다.
2015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한국낭자군'이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박인비(27ㆍKB금융그룹)가 건재한 가운데 김효주(20)와 백규정(20), 장하나(23ㆍ비씨카드), 김세영(22ㆍ미래에셋) 등 '국내 빅 4'가 태평양을 건너가 젊은 피까지 수혈했다. 김효주는 더욱이 '에비앙 챔프', 백규정은 '하나ㆍ외환 챔프' 등 이미 챔프군단의 자격이다. LPGA투어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 김효주와 백규정 "미국서 신인왕 대결"= 김효주(20)의 우승 진군이 첫 번째 관심사다. 비회원자격으로 에비앙챔피언십을 제패해 당당하게 '메이저 챔프' 자격으로 LPGA투어에 입성했다. 현재 라섹 수술 회복을 마치고 5일 태국 전지훈련길에 올라 지옥의 동계훈련에 돌입했다. 2월 말 태국에서 열리는 혼다 LPGA타일랜드(총상금 150만 달러)에서 데뷔전을 치른다.
백규정은 국내에서 열린 하나ㆍ외환챔피언십 우승으로 'LPGA투어 직행티켓'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루키신분으로 국내 무대에서 곧바로 3승을 일궈내는 등 어려서부터 김효주의 라이벌로 주목받고 있는 선수다. 이번에는 LPGA투어에서 신인왕 경쟁을 벌이게 된 셈이다. 이달 말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리는 시즌 개막전 코츠챔피언십(총상금 150만 달러)에 등판한다.
장하나와 김세영은 '지옥의 레이스' 퀄리파잉(Q)스쿨을 거치는 가시밭길을 걸었다. 나란히 공동 6위로 통과했다. 국내에서 통산 6승과 5승, 특히 장타순위 1, 2위를 다투던 또 다른 '라이벌 커플'이다. "장타를 주 무기로 장착해 전장이 길어지고 있는 LPGA투어에서 충분히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들 4명이 벌이는 신인왕 경쟁이 흥행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 박인비 "커리어 그랜드슬램 도전장"= 남녀 세계랭킹 1위가 모두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하는 시즌이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오는 4월 마스터스, 박인비는 7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도전장을 던진다. LPGA투어에서는 루이스 석스와 미키 라이트, 팻 브래들리, 줄리 잉스터(이상 미국), 캐리 웹(호주),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등 6명만이 달성한 대기록이다.
박인비는 2013년 나비스코를 기점으로 LPGA챔피언십, US여자오픈까지 LPGA투어 역사상 63년 만의 '메이저 3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아예 메이저 4연승이라는 전인미답의 '그랜드슬램'이 무산된 게 더욱 아쉬웠던 이유다. 지난해도 최종일까지 우승권에서 사투를 벌이며 전 세계 골프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가 결국 4위에 그쳤다.
몰디브에서 달콤한 신혼여행을 마친 뒤 미국 라스베이거스 신혼집으로 돌아가 동계훈련이 한창이다. 평소에도 훈련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박인비가 올해는 예년보다 더 빨리 골프채를 잡는 남다른 각오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는 2월말 LPGA타일랜드에서 시즌을 열었지만 올해는 코츠챔피언십부터 등판한다. "빨리 실전 샷 감각을 되찾겠다"는 의지다.
▲ 리디아와 루이스의 '넘버 1' 추격전= 현지에서는 박인비와 세계랭킹 2, 3위 리디아 고(뉴질랜드),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의 '넘버 1 전쟁'을 주목하고 있다. 리디아 고는 지난해 신인왕을 차지하면서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최연소 우승, 최연소 생애상금 100만달러 돌파, 최연소 신인상 등 각종 기록 앞에 '최연소'라는 수식어를 죄다 갈아치운 장본인이다.
왕중왕전 격으로 열린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에서 시즌 3승과 함께 보너스 상금 100만 달러를 챙겨 상금왕 루이스의 시즌 상금(253만 달러)보다 오히려 많은 돈(308만 달러)을 벌어들였다. LPGA투어에서 42개 경기에 출전해 단 한 차례의 '컷 오프'도 없는 일관성이 돋보인다. 박인비보다 9살이나 어려 체력전에서도 유리하다는 점도 경계대상이다.
루이스는 2013년부터 박인비와 '넘버 1' 다툼을 벌였다. 지난해에는 1위에 올랐다가 22주 만인 10월 다시 박인비에게 자리를 내줬다. 그래도 시즌 3승을 앞세워 상금퀸은 물론 올해의 선수상, 베어트로피(최저 평균타수상)까지 개인타이틀을 싹쓸이해 미국의 자존심을 지켰다. 최근 2년간 꺾이지 않는 가파른 상승세가 미국인들의 기대치를 부풀리고 있다.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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