貧과 富 체감 소득·소비 전망 갈수록 커져
소득 100만원미만·500만원 이상 계층 가계수입 전망 19포인트 차이
자영업자 소비지출도 100밑돌아…112인 샐러리맨보다 어두워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부자와 빈자, 샐러리맨과 자영업자의 체감 경제심리가 뚜렷한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저소득층의 가계수입전망은 갈수록 팍팍해지는 반면, 고소득층의 가계수입전망은 밝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의 체감심리는 봉급생활자보다 더 빠르게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2월10일부터 17일까지 전국 도시 2200가구를 대상으로 소비자동향을 조사한 결과 월평균 가구 총수입(세대주 포함 세대내 모든 가족 수입 기준ㆍ근로소득외 연금소득 포함)이 100만원 미만인 극빈층의 12월 가계수입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85를 나타냈다. 2012년 9월(85)이후 2년3개월만에 최저치다.
반면, 500만원 이상 가구의 가계수입전망은 104로 전월(105)보다 1포인트 낮았지만 10월(103)보단 1포인트 높아 대조를 이뤘다. 소비지출전망도 마찬가지다. 월소득 500만원 이상 가구의 소비지출전망CSI는 114로 전월보다 1포인트 올랐다. 반면 100만원 미만 가구는 전월과 똑같이 92에 머물렀다.
가계수입전망 CSI와 소비지출전망CSI는 현재보다 수입이나 소비를 더 늘릴 것이냐를 묻는 '민간소비'와 관련된 설문조사다. 예컨대 가계수입전망CSI가 100보다 크면 6개월 후 가계수입이 더 늘 것으로 전망한 가구가 더 많다는 뜻이고 100보다 작을 땐 가계수입이 더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 가구가 더 많다는 의미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민간소비를 결정하는 건 크게 소득과 심리인데, 저소득층은 대부분 빚을 내서 소비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소득이 좋지 않다보니 체감소비심리가 개선되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본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문제되는 양극화는 소득이나 재산 등의 경제적요인 뿐만아니라 청년실업률과 같은 세대간 고용 차이나 연금수혜율 같은 복지문제와 엮이면서 형태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을 주의깊게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이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계수입전망CSI의 최상위소득층과 하위소득층의 격차는 19포인트로 올 들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출전망도 마찬가지다. 최상위 소득층의 소비지출CSI와 최하위 소득층의 소비지출CSI 격차는 12월 22로 8월이후 넉달째 커지는 추세다.
서민경제의 체감온도계라 볼 수 있는 자영업자의 소비지출 전망도 봉급생활자와 극명한 차이를 나타냈다. 자영업자의 가계수입전망CSI는 93을 나타냈다. 반면 봉급생활자의 가계수입전망CSI는 104로 조사됐다.
소비지출전망CSI에서도 자영업자는 12월 94를 나타내 금융위기 한복판이었던 2009년3월(84) 이후 5년9개월만에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봉급생활자의 소비지출전망CSI는 112로 기준선인 100을 상회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가계부채 중 자영업자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43.6%에 달하는데다 가구당 가계부채가 임금근로자 가구보다 자영업자 가구가 두배 가까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추진 중인 구조개혁에서 양극화 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가계소득은 정체돼 있는데 빚은 느는 '가계빈혈증'이 한국경제의 병"이라며 "이를 고치려면 소득재분배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진국처럼 투자나 수출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성장은 민간소비가 주도하게 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성장의 과실이 공평하게 분배될 수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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