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미국 워싱턴의 대표적 싱크탱크의 하나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12일(현지시간) 공개 세미나에서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표기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는 "독도가 역사적으로, 지리적으로, 국제법적으로 한국 고유의 영토이며 분쟁지역이 아니다"라는 한국 정부의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정부 대응이 주목된다.
더욱이 독도 공연을 한 가수 이승철씨를 일본이 입국 거절한 상황에서 미국 워싱턴에서 영향력이 큰 싱크탱크가 독도를 한국 고유 영토가 아닌 분쟁지역으로 표기해 일본 입장을 지지한다는 인상을 줌으로써 논란은 가열될 전망이다.
CSIS는 이날 오전 개최한 '2015 글로벌 전망' 세미나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해양분쟁 동향을 소개하는 온라인 사이트인 '아시아 해양 투명성 이니셔티브(AMTI·http://amti.csis.org)’를 소개하면서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표기했다.
CSIS 측이 이날 공개한 동영상에는 독도를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와 함께 분쟁지역을 뜻하는 붉은색으로 표기한 지도를 싣고 있다.
또 "일본과 한국이 분쟁의 섬을 놓고 공방을 주고받고 있다"는 기사를 독도 전경 사진과 함께 실었고, 바로 옆 지도에는 독도가 분쟁지역임을 암시하는 표식을 해놓았다.
이번 온라인 사이트 제작과 동영상은 CSIS의 일본 석좌인 마이클 그린 박사가 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독도를 분쟁지역이나 한국 고유 영토가 아닌 것으로 표기한 사례는 또 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최근 펴낸 한일관계 보고서(6.24)와 미·일관계 보고서(9.24)에서 '리앙쿠르 암초(Liancourt Rocks)’라고 표기하면서 괄호안에 독도·다케시마(Dokdo·Takeshima Islets), 또는 다케시마·독도(Dokdo·Takeshima Islets)를 병기했다.
또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의회도서관도 마찬가지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심재권 의원은 '독도의 날'인 지난달 25일 자료를 내고 "CIA가 발행하는 '월드 팩트북'은 한국과 북한, 일본의 지도에서 독도를 '리앙쿠르 암초'로 표기하고 의회도서관 홈페이지가 제공하는 세계지도 검색서비스는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의회도서관 홈페이지의 세계지도 검색서비스와 CIA의 월드 팩트북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인들이 세계 각국의 정보를 얻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 의회도서관의 경우 연간 평균 6억1000만명이 방문할 정도로 파급력이 대단하다.
CSIS가 독도와 다케시마를 병기함으로써 독도가 마치 분쟁지역인 것과 같은 인상을 주고 있어 외교적으로 적극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본은 워싱턴에서 독도를 국제법적 분쟁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분쟁지역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번 동영상도 이 같은 전략의 하나라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현재 일본은 A급 전범 용의자 출신인 사사가와 료이치(笹川良一)가 설립한 사사카와 평화재단 등을 통해 일본 관련 세미나와 콘퍼런스를 직접 주관하거나 후원하는데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면서 미국 내에서 친일 여론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민간 싱크탱크 관계자는 "워싱턴에는 일본의 로비스트들이 우호적인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맹활약 중이지만 한국인이나 한국을 위해 로비하는 사람을 보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심 의원은 "일본은 이처럼 적극적인 방법을 통한 로비활동을 벌이고 있는 반면 우리 정부는 일본의 대응을 우려해 매우 소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고 꼬집고 "이러한 사례들이 늘어가면 갈수록, 일본의 억지 주장이 사실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만큼 외교부는 이번에 문제가 된 미국 의회도서관, CIA 등의 국가기관을 상대로 적극 동해와 독도표기 수정요청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