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권유대행인서 증권사 이사까지
"넘쳐나는 금융상품에 대해 검증하고 끊임없이 고객과 소통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서재익 하나대투증권 이사(56ㆍ경영학 박사). 서울 선릉지점에서 고객의 자산을 운용하는 프라이빗 뱅커(PB)다. 증권사 영업점에선 보기 드문 경영학 박사 학위 소지자다. 그의 박사학위 논문 주제는 '기업성과 지표와 주식수익률의 상관관계'. 평소 그가 고객을 상대하는 지론과 맞닿아 있다. 바로 철저한 수익률 검증이다.
서 이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권유하기에 앞서 늘 직접 선행 투자를 통해 수익성을 검증한다"며 "이를 통한 자신감으로 투자를 권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사 논문 주제도 전통적 지표나 재무제표에 의존한 투자 결정이 올바른 것인지 검증하려는 과정에서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지표와 수익률의 상관관계를 꼼꼼히 따져보고 기업분석 너머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겠다는 노력의 일환이다.
동부그룹 공채 1기 출신인 서 박사는 개인사업 등을 거쳐 2007년 삼성증권의 투자권유대행인으로 금융투자업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수년 내리 최고 실적을 올리며 곳곳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결국 지금의 하나대투증권으로 자리를 옮기고 지난 2012년 이사에 올랐다.
하지만 모든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글로벌 위기처럼 시장 전체를 옥죄는 위기가 찾아올 때면 서 박사도 고객들과 함께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그는 그럴 때마다 "1년 내내 투자하더라도 실제 과실을 맺는 건 한달 남짓이다. 늘 시장에 발붙이고 버텨야 제대로 된 과실을 누릴 수 있고 힘들 때 좋았던 아이템은 시장이 좋을 때 더 좋아진다"며 고객들을 다독였다.
저금리ㆍ저성장 시대 투자대안의 부재 속에서도 고객들은 쉽사리 자본시장으로 발길을 돌리지 않고 있다. 때문에 최근 1년새 4000명이 넘는 증권맨들이 증권가를 떠났다. 이에대해 서 이사는 "수수료에 의존하는 현재의 수익구조로는 업계의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또한 대량으로 양산되는 투자 상품은 결국 손실로 이어지고 그 피해는 투자자의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실제 그가 몸담고 있는 선릉지점은 위안화ㆍ달러 등 이종통화 투자를 통한 리스크 보완 등 남다른 투자 전략으로 고객들의 자산을 관리, 호평을 받고 있다.
그는 퇴직한 증권맨들이 투자권유대행인으로 인생 2막을 열어가기 위해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권유대행인의 위탁계약 대상을 현행 특정 금융투자업자에서 복수 금융투자업자로 확대해야 된다는 주장이다. 서 이사는 "초창기 제도 안착을 위해 시행한 제도가 지금은 특정 업체가 판매하는 상품 위주로 판매를 권할 수 밖에 없는 제약이 되고 있다"면서 "투자자 관점에서 금융상품을 권유하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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