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전날 박 경정 체포해 조사…18일께 구속영장 청구
- '미행설·비선실세 국정개입' 문건 작성·유출경위 추가 조사
- 檢, 문건유출 '박 경정→최경위·한경위→언론사·기업'으로 결론
- 조응천 전 비서관·정윤회씨 재소환 계획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정윤회(59)씨의 국정개입 의혹 보고서에서 촉발된 '청와대 발(發) 문건파문'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검찰은 문건유출 경로를 파악하고 '십상시 회동·7인 모임'은 실체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낸 상태다. 사건의 윤곽을 잡은 검찰은 법리검토를 거쳐 관련자들을 사법처리 할 방침이다.
17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박관천 경정(48)을 상대로 문건을 청와대 밖으로 빼낸 경위와 유출경로, 비선실세 또는 미행설과 관련한 문건작성 근거 등을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 박 경정은 전날 오후 11시40분께 서울 도봉구 쌍문동 한전병원에서 체포됐다. 박 경정에게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과 형법상 공용서류 은닉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박 경정이 지난 2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파견근무 해제를 앞두고 정윤회씨 동향문건을 비롯해 박지만 EG 회장(56)과 그의 부인 서향희씨에 대한 내용이 담긴 100여건의 문서를 청와대 밖으로 빼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유출된 문건들이 청와대 내에서 작성됐고 전산기록에도 남아있는 점 등을 감안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한다고 봤다.
검찰은 문건유출이 복잡한 갈래로 이뤄졌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했지만 결국 모든 출발점은 박 경정인 것으로 결론내렸다. 수사팀은 박 경정이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에 보관하던 청와대 문건을 최모 경위(사망)와 한모 경위가 복사한 뒤 언론사 등에 건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윤회씨 관련 보고서 외에 다른 문건들도 동일한 경로로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청와대 문건의 최초 유출 경로는) 1명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박 경정 외에 다른 제3의 인물이 1차 유출에 관여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했음을 시사했다.
검찰은 박 경정에 대한 추가조사를 마무리 한 후 18일께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사망한 최 경위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 처분하고 한 경위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할 계획이다.
청와대 문건내용의 진위를 밝힐 핵심 열쇠인 '십상시' 회동은 예상대로 '사실무근'으로 결론났다. 검찰은 다음 수순인 청와대 비서진과 정윤회씨가 이를 보도한 기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건에 대한 법리검토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세계일보 기자들을 소환해 보도에 앞서 문건내용과 관련해 어떤 확인절차를 거쳤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박지만 회장 미행설'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 회장이 '미행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했던 것은 사실'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소환조사에서 밝힘에 따라 이를 추가로 확인하기 위해 정윤회씨를 한차례 더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또 박 회장이 유출된 문서를 확인한 후 이를 청와대에 알린 사실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문고리권력 3인방' 중 조사를 받지 않은 정호성·안봉근 비서관을 소환할 가능성도 있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해서는 박 경정에게 문건 외부유출을 지시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있는지를 확인한 후 사법처리를 결정할 계획이다.
한편 검찰은 청와대가 한 경위를 회유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이 부인하고 있는만큼 당장 조사에 착수할 뜻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검찰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을 모두 확인할 수는 없다"며 "공식적으로 문제가 제기된다면 수사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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