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교육청 확보 예산 바닥…여야 이견으로 지방채 발행 재원규정 못 만들어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이윤주 기자] 누리과정 보육대란이 내년 상반기에 다시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지방 교육청들이 임시변통으로 3~7개월 가량 누리과정 예산을 배정했을 뿐, 지방채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두고 국회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라북도 교육청이 지난 12일 내년 1~3월 소요될 3개월치 누리과정 예산을 국고지원금으로 배정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전국의 누리과정 예산 배정이 완료됐다. 하지만 전국 교육청에 배정된 예산은 대부분 3~7개월에 그쳐 이르면 내년 4월부터 보육대란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정치권과 중앙정부는 누리과정에 쓸 수 있도록 국고지원금 4731억을 배정하고 그 외에 모자라는 재원에 대해서는 지방채를 통해 마련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부족한 재원은 '빚'을 내서 조달하라는 것이다. 지방채를 발행하기 위한 근거규정은 마련되지 않았다. 정부와 여당은 김장실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방재정법 일부개정안'을 통해 지방채의 발행요건을 완화해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소관 상임위인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여야는 이 문제를 두고 첨예한 이견을 보이고 있다.
야당은 정부가 부족한 누리과정 재원을 근거법령도 없는 지방채 발행을 통해 해결하라고 한 뒤 국회에 근거 규정을 통과시켜 달라고 하는 것은 국회를 '통법부'로 보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야당 안행위 간사를 맡고 있는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부의 편의주의에 입각한 오만과 독선을 국회가 쉽게 허락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지방재정법 마련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국회에서 관련 규정이 통과되더라도 지방 교육청이 지방채 발행을 수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김승환 전북도 교육감은 그동안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시도교육청의 책임이 아니라 정부의 책임"이라며 누리과정 예산안을 편성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다 막판에 수용했다. 김 교육감은 3개월치 예산 편성 근거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아닌 중앙정부가 약속한 누리과정 국고 지원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누리과정은 중앙정부 책임이라는 원칙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국고 지원금이 소진되고 난 뒤에는 지방채 발행이나 추경 등을 통해 추가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다른 지방 교육청의 경우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앞서 지방재정으로 3개월치의 예산만 편성했던 서울시 교육청 역시 남은 기간은 일단 국고지원금으로 버티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그간 국고지원금 배분 비율을 살펴봤을 때 2~3개월 버틸 수 있는 금액이 지원될 것으로 보인다"며 "나머지 6~7개월의 예산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지방 교육청들은 지방채 발행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지방재정법' 처리 상황을 지켜본 뒤 향후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채 발행을 통한 재원 마련 방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방 교육청은 입을 모으고 있다. 지방 교육청 관계자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경우 내년 뿐 아니라 내후년에도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누리과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 교육에 사용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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