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핸드볼 코로사 소속 선수들이 팀과의 결별을 선언한 지 2주가 지났다. 선수단과 정명헌 대표(55)의 갈등은 해결되지 않았다. 임금체불과 부실한 훈련지원, 장미농장 노역 동원까지 의혹만 꼬리를 물고 있다. 심각성을 인지한 대한핸드볼협회는 지난달 28일 분쟁조정위원회를 소집, 진상을 파악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선수단과 구단의 갈등을 넘어 한국 핸드볼의 위기다. 수면 위의 모습은 재정난에 따른 팀 해체 위기였다. 그러나 물 밑에는 곪은 구태와 악습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실업팀 한 곳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특히 코로사에는 인천 아시안게임에 나간 국가대표도 네 명(박중규ㆍ이창우ㆍ정수영ㆍ이현식)이나 있다. 한정규 대한핸드볼협회장 직무대행(60)도 "한국 핸드볼에 미칠 파장이 큰 사안"이라고 했다.
현재 분쟁조정위에는 김진수 서울시핸드볼협회장(59)을 위원장으로 선수대표 이재우(35ㆍ두산), 오영란(42ㆍ인천광역시청) 등 위원 여덟 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일 선수단, 8일 정 대표를 출석시켜 조사했다. 그러나 여전한 입장 차만 확인했다. 선수단은 "팀과 함께 할 수 없다"고, 정 대표는 "해체는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한 직무대행도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고 했다.
분쟁조정위 구성이 늦은 감이 있다. 선수들 중에는 8개월이나 임금을 받지 못한 선수도 있었다. 그 동안 사태를 방치한 협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제라도 책임을 통감하고,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 양 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 조정안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현재로서는 분쟁조정 외에 해결책이 없다. 법정공방은 어느 쪽에도 득이 되지 않는다.
이번 사태가 핸드볼계와 한국 스포츠에 주는 함의는 크다. 구단이 선수들 위에 군림해 '갑(甲)'의 행세를 하는 관행, 사각지대에 놓인 선수들의 인권 등을 되돌아봐야 한다.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은 막아야 하지만 짚을 곳은 분명히 짚고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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