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올 하반기부터 본격 실시된 기술신용대출이 올해 6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5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다만 일각에서는 무작정 외형을 늘리는데 따른 결과가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9일 기업금융나들목의 기술금융 종합상황판을 보면 11월말 현재 기술신용대출은 5조8848억원(누적 기준)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은행이 기술신용평가기관(TCB) 3곳의 평가를 받아 기업에 대출을 한 실적이다.
기술신용대출의 실적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 7월 1922억원에서 4개월 새 30배 이상 늘었다. 건수로도 486건에서 9921건으로 1만건을 바라보고 있다.
기술보증기금의 보증부 대출과 정책금융공사의 온렌딩(간접대출) 등 정책자금의 힘을 빌리지 않고 은행 자율로 지원된 기술신용대출도 크게 늘었다. 이는 지난 7월말 309억원에서 10월말 1조9583억원으로 급증했고 지난달말에는 3조8457억원으로 또 크게 늘었다. 특히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은 은행 자율 대출 비중이 높았다.
은행별로는 매월 선두를 지킨 기업은행이 신한은행에 실적(누적 기준) 1위 자리를 내줬다. 신한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실적은 11월말 기준 1조2783억원으로 기업은행(1조2502억원)보다 많았다. 이는 앞서 언급된 은행 자율 대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우리은행은 10월말 6073억원에서 9761억원으로 늘어 1조원 돌파를 목전에 앞두고 있고 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5929억원에서 8042억원으로 증가했다. 국민은행은 11월말까지 4759억원으로 집계돼 10월(1988억원) 실적의 두 배에 달했다.
이처럼 한 달 사이 많은 시중은행에서 기술신용대출 실적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면서 일각에서는 연말을 앞두고 은행들이 자체 실적을 채우기 위해 무작정 외형을 늘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연말마다 지점실적 평가를 앞두고 미달된 실적을 채우기 위해 애쓰는 진풍경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술금융 실적이 금융당국의 은행 혁신성 평가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은행의 기술신용대출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기술신용대출의 실적을 공개하는 것이 양적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외국계 은행들의 실적은 여전히 저조한 상황이다. 씨티은행은 11월말 기준 58억원으로 집계됐지만 은행 자율로 기술금융을 지원한 경우가 전무했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11월말 54억원으로 집계됐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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