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3선을 한 나근형 전 인천교육감은 대표적인 보수 성향의 교육감이었다. 12년간 인천교육의 수장으로 있으면서 추진하는 정책마다 전교조 등 진보세력의 비판대상이 됐다.
그런 나 전 교육감이 그래도 ‘잘 했다’는 평가를 받는 정책은 ‘효 교육’이었다. 그 자신이 노모를 극진히 모셨던 효자였기도 했던 나 전 교육감은 유치원·초등때부터 부모에 대한 공경의 마음과 언행이 몸에 밸 수 있어야 한다며 효 체험 선도학교를 지정·운영하고 각 학교에 효 체험프로그램을 확산시키는 데 힘썼다. 각급 학교를 돌며 학부모를 대상으로 가정에서의 효 교육방법에 대해 직접 강의를 하기도 했다.
효 교육은 나 전 교육감의 핵심정책으로 3선 임기내내 이어졌고, 당시 인천시 교육위원회나 인천시의회에선 효 교육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관련예산을 삭감하는 일은 없었다. 견제도 필요하지만, 적어도 교육감의 핵심정책에 대해서는 이해와 협조가 먼저라는 인식이 있었던게 아닌가싶다.
지금 인천교육의 수장은 진보교육감으로 바뀌었다. 인천교육의 일대 변화가 예고됐듯 이청연 교육감은 취임후 교육정책과 인사분야에서 새로운 제도들을 내놓았다. 과거 교육감이 임명하던 교육지원청(옛 지역교육청) 교육장을 공모제로 뽑았고 초·중등 평교사들을 장학관(교육전문직)으로 처음 임용했다.
학교평가와 함께 중간고사, 기말고사와 같은 일제고사를 중학교에서 폐지하기도 했다. 물론 기존 틀에 익숙해있던 조직내부의 반발이 없진않았지만 인천교육의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기대감에서 이 교육감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가 더 컸다.
하지만 정작 진보교육감의 가장 기본이라 할 공약사업이 흔들리고 있다. 중학교 무상급식과 혁신학교가 대표적이다. 이 교육감은 지자체들이 재정난으로 사업비분담이 어렵다고 하자 원도심지역에서라도 우선 시행하자며 4개 군·구와 예산을 절반씩 부담키로 하고 12억5000만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인천시의회에서 예산이 전액삭감되며 발목이 잡혔다. 또 교육혁신지구 예산 10억원 전액과 혁신학교 지원예산 16억원 중 6억원이 깎였다.
예산 삭감을 주도한 의원들은 중학교 무상급식이 일부 지역에서만 시행될 경우 형평성에 어긋나고, 인천형 혁신학교가 무엇인지 총론을 명확히 세우지 않고 추진한 것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중학교 무상급식은 인천과 대전을 제외한 전국 17개 시·도에서 시행되고 있고, 혁신학교는 2012년 출범한 세종시에서도 운영될 정도로 이제는 진보·보수를 떠나 일반화된 교육정책이 되고 있으며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시의회가 이러한 이유를 대는 것은 궁색하기 그지없다. 이 보다는 인천교육청이 재정난을 이유로 다른 예산은 삭감하면서 교육감의 공약사업 예산을 반영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더 그럴싸해 보인다.
일각에선 새누리당 의원들이 다수인 시의회가 인천 교육의 변화를 위해 준비한 핵심 정책만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진보교육감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의혹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학부모단체 대표는 “학부모들은 혁신학교에 대한 열망이 있었기에 진보교육감을 뽑았다”며 민심에 역행하는 시의회를 꼬집었다.
인천시의회가 집행부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을 방패삼아 혹여 다수의 시민이 원하는 교육정책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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