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1950년대나 60년대 스리랑카 사람들은 못살고 낙후한 지역이나 도시를 가리켜 '코리아'라고 불렀다. 당시 스리랑카 사람들은 한국을 동북아시아의 가난한 나라로 여겼다.그러나 50여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스리랑카의 꿈'이다. 한국의 경제,교육,보건 등 모든 것을 스리랑카는 배우고 싶어 한다.젊은이들은 한국에 유학가는 것이 꿈이고 공직자들은 한국의 선진문물을 배워 스리랑카에 정착시키는 게 꿈이다.한국 덕분에 스리랑카 사람들은 '쓰나미'의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를 향한 꿈을 키우며, 한국 덕분에 국제 회의를 열어 스리랑카의 미래 계획을 알릴 수 있게 됐다.
◆낙후의 상징 '코리아' 스리랑카 백년대계 세운다=지난달 27일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시내 교육부 청사에서 만난 반둘라 구나와르데나 장관(61)은 "한국은 1950년대와 60년대 낙후와 가난의 대명사였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한국은 열심히 일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계에서 잘 사나는 나라가 됐다"고 극찬했다.
입지전적을 쌓은 구나와르데나 장관은 한국을 여러 차례 방한해 교육부와 국회 등을 방문하는 등 한국에 각별한 관심을 가진 친한파로 꼽힌다.
스리랑카는 석유 등 천연 자원이 부족한 점을 감안, 초·중·고교는 물론,대학교 역시 무료로 제공하는 등 교육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스리랑카는 의 수학 연구소, 1000개의 컴퓨터 연구소, 1000개의 언어 연구소’ 전략을 통해 기술 교육에 전념하고 있다.
구나와르데나 장관은 "스리랑카를 아시아에서 잘 사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 항공과 지식,에너지,관광 등 5개 분야를 육성하려고 한다"면서 "특히 정보통신컴퓨터(ICT) 분야 육성을 위해 건물을 짓고 학생도 모집했으나 대학에 기술을 전수해줄 만한 훌륭한 선생님이 없다"고 털어놨다.
청년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인문·자연·상업계열 이외에 '기술계열' 학제 과정을 새로 만들었지만 정작 학생들을 가르칠 교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코이카는 이런 점을 감안해 유니세프(UNICEF)와 손잡고 교사 연수, 과정 개발 등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한편, 4년제 학위기관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구나와르데나 장관은 “중국이나 일본도 지원해주고 있지만 한국만큼 노하우를 갖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이익이 나오는 분야가 아니라고 보고 집중하지 않는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구나와르데나 장관은 "해당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교육 분야에 제일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스리랑카에서 한국어 교육을 확대하고 있으며 한국 교육부 장관을 만나 한국어 교사 파견을 요청했다"면서 "기술인력 양성 지원은 스리랑카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목 코이카 총재는 최근 스리랑카를 방문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총 1300만달러를 투입해 교육시설 건립과 IT 인력 훈련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는 스리랑카 기능대학과 손잡고 훈련 기능 향상과 고용창출에 앞장서고 있다.이를 위해 코이카는 기능인력 양성기관인 테크니컬 칼리지(TC) 5곳에 스리랑카 국내 수요가 많고 해외 노동력 진출이 용이한 자동차 학과를 지원하고 있다.실습장비와 교육자재를 지원하고 자동차 분야에 오랜 노하우를 가진 '시니어 자문단'을 파견해 훈련과 교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코이카는 여기에만 머물지 않는다.현지에 진출한 한국의 기아자동차나 현지 업체인 마이크로자동차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TC 훈련생들의 현장실습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들이 졸업할 경우 우선 채용하도록 요청했다.
코이카는 스링카 교육 '백년대계'를 기초를 까는 일도 열심히 하고 있다. 25년여 동안의 내전으로 피혜해진 북동부 지역에 교육시설을 재건하고 초중구생들에게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있다.지난 2011년부터 올해까지 500만달러를 들여 북부 킬리노치 지역에 12개 학교와 교사 숙소 3곳을 신축하고 책걸상 등 기자재를 지원했다.동북지역에도 13개 학교를 준공했다.
◆ 18세 소녀의 '순자의 꿈'은 현실이 된다=25년 간의 내전을 겪은 스리랑카 사람들은 경제성장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들은 낙후의 상징이었던 한국이 부자나라가 된 것을 본보기로 삼고 있다. 한국은 그들에게 꿈이다.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160km 떨어진 최남단 도시 마타라에 사는 18세 스리랑카 소녀 파와니 푼사라 위라세카라(18) 양은 한국어가 유창하다. 스리랑카 마타라 지역에 파견된 코이카 단원에게 5년 전부터 한국어를 배운 덕분이다. 파와니는 공부와는 담을 쌓은 아이였지만 코이카 단원들의 지도를 받으면서 꿈을 키웠다. 코이카는 이 지역 학교가 가르칠 수 없는 기술과 과목을 가르쳤고 농구장과 음악실을 지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한국어를 좋아해 지난해 열린 '제6회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는 역대 최연소로 1등을 차지했다. 말하기 주제는 '순자의 꿈'이었다. 그가 직접 지은 한국 이름이었다.
마타라시 국립 수자타 여자초등학교를 졸업한 그녀는 한국 기자단과 코이카 관계자들이 왔다는 말을 듣고 혼자 찾아왔다.파와니 양은 자기 이름을 직접 한글로 써주며 한국 말로 또박또박 자기를 소개했다. 그녀는 지난해 4월 시험을 보았고 8월에 한국 땅을 밟았다. 파전과 무침을 좋아할 만큼 그녀는 한국에 푹 빠졌다.
그녀의 꿈은 무엇일까. 그는 "한국 대학에 유학을 가고 싶다"면서 "돌아와서는 선생님이 되고 싶고 이를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며 말했다.
사실 순자의 꿈은 이미 실현되고 있다.많은 스리랑카 사람들이 한국에서 유학을 하거나 연수를 받고 돌아와서는 스리랑카의 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스리랑카의 '유나이티드 모터스'의 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로샨 세라싱헤씨는 한국 유학후 인생이 달라진 사람 중의 하나다.그는 2003~5년까지 경희대학교 국제경제무역학과에서 공부했다.국제법과 상법 등을 공부하고 돌아와서 스리랑카 정부에서 수출 진흥 정책 분야에서 근무했다.한국 유학 덕분에 승진도 했다. 그는 현재 코이카 연수생 동창회 회장이다.
한국에서 경쟁법을 공부해 돌아와 스리랑카에 한국의 경쟁법을 이식시키는 공무원이 있고 37년 간 공직생활을 하고 은퇴한 전직 공무원은 한국의 폐기물 처리 시스템을 배워왔다. 이들은 코이카 연수생 동창회(AKOFE) 회원들이다.1700여명의 회원들은 한국에서 돌아와 각계각층에서 활동하면서 취약계층 주거지역 보건 환경개선에도 앞장서고 있다.꿈을 이룩한 이들은 다시 스리랑카에 꿈을 심고 있는 셈이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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