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보(스리랑카)=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전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로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았던 한국은 이제 명실상부한주요 공여국으로서 스리랑카에 다양한 공적개발원조(ODA)의 손길을 건네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12년까지 스리랑카에 무상원조로 총 9900만 달러, 유상원조로 3억1500만 달러를 지원했다. 공여국ㆍ기관 가운데서는(2012년 기준) 아시아개발은행(ADB), 일본, 유럽연합(EU) 등에 이어 6위를 차지한다.
우리 정부의 대(對) 스리랑카 개발원조의 핵심은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바뀐 최초의 나라가 가진 경험을 바탕으로 주민들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방법을 함께 모색하는 데 있다.주민 생활과 직결되는 것 중 하나가 보건 분야다.
◆코이카, 돔페에 스리랑카 최초의 위생매립장 건립=지난달 27일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인근 돔페 지역에서 가동에 들어간 폐기물 통합관리시스템은 스리랑카 최초의 위생 폐기물 매립장으로 코이카 지원으로 건립됐다.
이 곳은 폐기물을 적재한 트럭이 들어오면 자동으로 무게를 측정한다음 매립장에 하역하고 흙을 덮고 층층이 쌓는 방식으로 매립하는 시설이다.
난지도 매립장 같은 대규모 매립시설 건립 경험이 있는 한국의 관점에서는 소규모 사업이지만 환경오염 방지 시설을 갖춘 매립장을 건립해본 경험이 없는 스리랑카에서는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시설이다.
이 프로젝트를 완료하는 데는 무려 6년이 걸렸다. 코이카는 위생 매립장 건설비로 304만달러, 굴삭기와 불도저,암롤트럭 8대 등 기자재 지원에 67만달러, 사업총괄과 폐기물 정책,매립장 건축관리 등의 전문가 파견에 49만달러,환경청 공무원 연수 등에 27만달러 등 총 450만달러를 지원했다.
수도인 콜롬보에서 차량으로 1시간30분 정도 떨어진 밀립속 2만㎡의 부지에 하루 90t 가량의 고형 폐기물을 최장 15년 간 처리할 수 있는 이 곳은 오염수가 지하로 흘러들지 않도록 매립장 바닥을 고무재질로 포장하고 오염수와 가스가 빠지는 파이프를 따로 설치하는 등 환경오염 시설을 갖췄다.
코이카 측은 "이 시스템 운영으로 스리랑카 북중부 4개 지역 주민 13만명이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수질 프리마자얀트 스리랑카 환경재생에너지부 장관은 개소식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나 사업 추진과정에 겪었던 어려움을 털어놨다. 처음에는 환경오염이 생기고 매립장이 대규모가 될 것으로 우려한 매립장 주변 시민들이 시위를 벌였다고 한다.그러나 환경오염을 막는 위생매립을 하고 시범사업이라는 점 등을 설득해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결실을 맺었다고 한다.
프리마자얀트 장관은 "그동안 고형 폐기물을 개활지에 그냥 버려 질병이 발생하고 주민의 삶의 질이 낮았다"면서 "이런 시설을 건립함으로써 스리랑카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환경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폐기물 처리 패러다임을 가져온다"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보건부와 지방정부가 (오염방지 시설이 없는) 단순 매립에 따른 전염병 예방을 위해 매년 지출해야 했던 재원을 아껴 지역 개발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장원삼 주 스리랑카 대사는 축사에서 "한국과 스리랑카가 긴밀히 협력해 지역사회의 보건을 향상시킬 수 있고 스리랑카 정부가 녹색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매립장을 건립했다"면서 "아름답고 오염되지 않는 자연환경은 수백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 코이카 이사는 "이번 사업은 환경보호와 폐기물 처리를 동시에 달성하는 시범 사업"이라면서"이번 사업은 환경과 수질오염을 방지하는 스리랑카 최초의 혁신사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구호·개발사업의 원활화를 주목적으로 하는 유엔연구사업소(UNOPS)의 프랑스와즈 자코브 남아시아 국장·대표는 "시설 건립이 다가 아니다"면서"폐기물 분리와 압축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2~3년 안에 포화상태에 이르는 만큼 폐기물 분리와 압축을 엄격히 해야만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소각로 시범사업도 구상=코이카는 폐기물 처리 시설 준공에 이어 소규모 소각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스리랑카는 현재 음식물 쓰레기나 고체폐기물을 개활지에 버리거나 그냥 매립하고 있는 실정이다.남한 면적의 3분의 2 정도 되는 국토에 인구가 2000만명 정도 밖에 안돼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원시림이 있어 매립할 땅이 많은 탓이다.
2009년 내전 종식후 연평균 7%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스리랑카도 머지 않아 대량의 쓰레기를 발생시켜 처리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쓰레기 종량제의 도입,분리수거와 소각, 소각열을 이용한 발전과 전기·온수 공급 등 한국이 도입해 거의 완벽할 정도로 운용하고 있는 소각로 사업은 꼭 필요한 사업이 될 것이라고 코이카 스리랑카 사무소 김경일 부소장은 말했다.
김 부소장은 "소득수준이 낮아 종량제 봉투를 도입한다고 할 경우 유권자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 출신 장관들이 반대할 게 뻔하다"면서 "그렇지만 이 분야에서도 시범사업을 하는 것을 구상중"이라고 소개했다.
소각로 사업이 도입되면 쓰레기를 줄이는 것은 물론 쓰레기 수거와 관련된 일자리가 창출되고 발전과 온수공급이라는 부수효과도 거둘 수도 있다. 이미 국내에서도 한국난방공사과 1000억원대 규모의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찬규 코이카 스리랑카 사무소장은 "한국의 이런 ODA 전략은 최근 대형 인프라 사업을 중심으로 스리랑카에 대폭 원조를 늘리고 있는 중국이나, 현재 제1 공여국인 일본과도 차별화될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 "원조를 받은 국가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갖고 '맞춤형' ODA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스리랑카에 대한 우리 원조사업에서 잘 나타나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콜롬보(스리랑카)=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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