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시장 판세 흔들겠다는 노림수
저렴한 가격, 경쟁력 높아…5:3:2 점유율 타개책
삼성전자·LG전자 관계 경직될 수 있어
[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LG유플러스가 2일 중국 화웨이의 스마트폰 X3를 33만원에 출시했다. 이동통신사 중에서는 처음 중국폰을 판매하는 것이다. 중저가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분위기에서 시장 판도를 흔들어보겠다는 의도다. '외산폰의 무덤' 한국에서 LG유플러스와 화웨이의 연합이 약이 될지, 독이 될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광대역 LTE-A를 지원하는 X3는 월 8만9000원짜리 요금제 기준으로 4만5000원에 살 수 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으로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을 노린 가격이다.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카드를 꺼낸 것은 3위 사업자로서 기존 판세를 흔들겠다는 노림수라는 분석이다. 단통법 도입 이후 보조금 경쟁이 사라지면서 5:3:2의 이통시장 점유율(SKT 50%, KT 30%, LG유플러스 20%)이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그 타개책으로 중국폰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중국폰 가격이 저렴해 가격 경쟁력이 높다는 판단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LG유플러스는 지난 11월 아이폰6를 판매하면서 중고폰 선보상 프로그램(0클럽)을 먼저 도입하는 등 경쟁사들보다 과감한 마케팅을 펼쳤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에 이어 화웨이폰까지 도입하는 등 LG유플러스가 단말기 차별화에 주력하고 있다"며 "점유율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중국폰 도입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LG유플러스가 내놓은 이번 카드가 독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당장 LG전자의 영업 부진에 대한 책임이 돌아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 LG유플러스가 올 상반기 판매한 스마트폰 2대 중 1대는 LG전자 제품일 정도로 스마트폰 매출 비중이 높다. 연말 인사에서 MC 사업본부 수장을 교체하면서 영업력을 강화하고 나선 LG전자 입장에서는 외산폰에 집중하는 LG유플러스가 달갑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와의 관계도 경직될 가능성이 있다. LG유플러스는 아이폰6 도입과 함께 중고폰 선보상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등 애플 위주의 마케팅에만 열을 올리면서 삼성전자와의 불화설이 제기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제품을 도입한 것은 중국산 스마트폰의 한국 공략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이로 인해 국내 제조사들과의 관계는 경직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도 중국산 스마트폰 판매에 나설지도 관전 포인트다. 그간 한국 휴대폰 시장은 외국산 휴대폰이 줄줄이 철수해 외산폰의 무덤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경쟁사 관계자는 "단말기 수준이 되고 고객이 원한다면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면서도 "아직 국내 사용자들은 고사양 제품을 원하기 때문에 당장은 중국산 제품을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