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박 대통령 공약·경제활성화사업…여야 별도 조직 구성해 논의할 듯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장준우 기자] 새해 예산안을 확정하는 예결위 산하 예산안심사소위 활동이 중반에 접어든 가운데, 예산안 보류안건이 법정기한내 처리를 결정하는 변수로 떠올랐다.
심사 과정에서 결정을 미루는 안건이 늘어나면서 법정처리 시한이 다가올수록 업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가뜩이나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싸고 여야가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보류안건이 예산안 법정기한을 넘기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본지가 지난 16일부터 20일 오전까지 예산안소위 심사 내역을 분석한 결과 50여건의 세부사업이 심사도중 보류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규모가 확인된 것만 47건이며 예산규모가 알려지지 않은 사업까지 합칠 경우 60여건에 달한다. 예산안소위가 아직 전체 예산안을 훑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1차 심사 과정에서 보류안건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예결위 관계자는 "여야간, 정부와 정치권간 관계를 고려할 때 보류안건은 100여 건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보류안건이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해결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 문제다. 대부분 박근혜 대통령 공약이나 경제활성화 관련 예산이다보니 여야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강조한 글로벌헬스케어펀드조성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과 관련해 정부는 40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지만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100억원 감액돼 예산안소위로 넘겨졌다. 여당 일부 의원들은 정부안대로 통과시켜달라는 입장을 나타냈지만 야당은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이 "모태펀드를 벤치마킹한 것인데 국가의 미래 먹거리 차원에서 필요하다"면서 정부를 두둔하자 강창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나라 말아먹을 예산"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창조지식경제단지 조성(55억원)과 DMZ세계평화공원 조성(394억원) 사업도 야당의 제동으로 보류됐다. 여당은 경제3개년 계획의 핵심이라는 점을 거론하면서 창조지식경제단지 조성 사업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야당은 연구단지에 대한 기본계획도 없고 사업비도 기본조사가 끝난 후 편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밖에 새마을운동지원사업과 정부가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로 한 크루즈 활성화사업과 마리나항만 사업도 줄줄이 보류됐다.
예결위 관계자는 "증액사업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보류안건을 챙겨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법정시한이 11일 남았는데 쉽진 않아 보인다"고 토로했다.
여야는 일단 이번 주말 예산소위 내 '소소위'로 불리는 별도 조직을 구성해 보류안건을 집중 심의하기로 의견을 모은 상태다. 여기에는 여야 의원 각 2명이 참여한다.
여야는 이와 함께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서는 상임위에서 합의되면 다음주 중 별도로 일정을 잡아 심사하기로 했다. 예결위는 당초 23일 교문위 예산을 심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교문위에 21일까지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마무리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장준우 기자 sowha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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