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군대위안부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눠 교착상태에 빠진 위안부 문제 협의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양국 정상 간 언급이 있었던 만큼 추가 협의가 이어지겠지만 일본이 성의를 보이지 않는 이상 해법이 도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게 정부 안팎의 관측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APEC 정상 만찬장에서 알파벳순 자리 배치에 따라 70여분간 나란히 앉았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만찬 뒤 브리핑에서 "한일 두 정상이 옆자리에 앉아 다양한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국장급 협의가 잘 진전되도록 독려해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일 국장급협의는 지난 4월 처음 개최돼 매달 열기로 합의했지만 5월과 7월, 9월까지 네 차례 열렸다. 그러나 4차 협의까지 일본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해결책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상으로 모든 것은 끝났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해 성과는 없었다.
게다가 일본의 진보 신문인 아사히신문이 지난 8월 위안부 관련 증언을 바탕으로 쓴 기사를 오보로 인정하고 취소한 이후 일본 내에서는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부정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하고 있다.
특히 아베 총리는 지난달 17일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하고 일부 의원들은 참배를 강행해 우리 정부는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하는 등 양국 관계는 악화일로였다.
또 지난달 협의는 양측의 일정과 시간 등 여러 가지 여건이 맞지 않아 아예 열리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양 정상이 국장급협의 진전 필요성을 인정한 만큼 국장급 협의도 새로운 동력을 얻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문제는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얼마나 진정성을 보이느냐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국 정상이 갈라 만찬에서 잠시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안다"면서 "일단 국장급협의를 계속해 갈 수 있는 불씨를 살린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당국자는 "일본이 구체적 성의를 보여야 한다"면서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배상 등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진정성있는 조치가 없는 한 국장급 협의가 열린다고 해도 별다른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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