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기록의 형태로 남긴 최초의 '뇌'에 관한 기술은 멀리 BC 3000년 전의 기록이 담긴 이집트의 고대 파피루스에서 시작한다. BC 500년 그리스의 철학자 알크마이온은 뇌가 지성의 중심이고 영혼은 생명의 근원으로, 플라톤은 그의 저서 '티마이오스'를 통해 뇌를 우주의 중심으로 여겼으며,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BC 460~379)는 우리의 감각과 지능이 뇌에 자리한다고 하였다. 실험생리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고대 로마의 의학자 갈렌(AD 130~200)은 상처 입은 검투사들을 치료하면서 뇌가 생각, 기억, 정서를 조절한다는 것을 최초로 말했다.
근대에 이르러 16세기의 해부학자 베사리우스가 자세한 뇌의 구조를 밝히게 되었고, 19세기 말 카밀로 골지가 은염색법을 발명하고 난 후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은 이 기술을 이용하여 뇌의 기능적 단위는 뉴런(신경세포)임을 밝혀냈다. 이후 뇌연구는 의학, 전기생리학, 분자생물학, 발생유전학, 심리학, 컴퓨터과학 등 다양한 학문의 긴밀한 협력연구를 통해 융복합학문의 대표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 몸속의 뇌는 1500g 정도에 불과하지만 산소와 포도당의 소모량은 20%나 차지하며 마음, 정신, 행동, 감정, 지능의 주관자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신체 장기를 24시간 제어ㆍ조절하고 있는 최고의 중추이며 "나는 뇌"이며 "뇌가 나"이다. 이처럼 인간이 살아있도록 조절하고 제어하는 최고의 중추인 뇌의 비밀을 밝혀내는 일은 21세기 우리 인류에게 남겨진 최고의 숙제이다. 인류는 아주 오래 전부터 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뇌의 비밀에 한 발 한 발 서서히 접근하여 왔으나 아직까지 본격적인 뇌연구는 태동기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현재 수억 광년 떨어져 있는 우주의 신비를 밝혀내고 있고, 원자보다 작은 소립자까지 알고 있으나 양쪽 귀 사이 3파운드 정도의 뇌의 신비는 아직 모르고 있다"고 말하면서 인류의 마지막 프론티어 과제인 뇌의 신비를 밝히고 뇌질환 극복을 위해 Brain(Brain Research through Advancing Innovative Neurotechnologies) Initiative 뇌지도 작성사업에 향후 10년 이상 45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선언하였으며 "이 뇌지도 작성사업은 미래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고 경제발전을 선도하는 창조경제의 핵심"이라고 말하였다. 유럽연합(EU)에서는 이보다 3개월 앞서 인간 뇌를 재구성하는 Human Brain Project(HBP)에 향후 10년간 1조80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역시 발표하였으며, 지난주 일본은 미국과 EU 사이의 틈새전략으로 마모세트원숭이 뇌지도 작성에 연 400억~500억엔씩 10년 이상 투자하겠다고 하는 등 선진국에서는 뇌연구 분야에 과감한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가 뇌분야 연구개발(R&D) 투자 규모가 지난 3년간 연평균 26.7%씩 증가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나, 올해에 이르러서야 이제 약 1000억원의 연구개발비가 뇌연구에 투자되고 있으며 이는 아직 미국의 180분의 1, 일본의 20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뇌연구에 대한 우리나라 정부의 전향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따르기를 기대해본다.
이번 세기 뇌연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그 시작은 우리나라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그리 늦지 않았다. 이미 1998년 '뇌연구촉진법'이 제정되었고, 이에 따라 "뇌 분야에서 학계, 연구기관 및 산업체 간의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유지ㆍ발전시키기 위하여" 한국뇌연구원이 2012년 9월에 개원하였다. 오는 12월에 건물의 준공에 발맞추어 한국뇌연구원은 본격적으로 '신경망의 초고해상도 구조, 기능 지도 작성 사업'과 '뇌질환의 이해, 예방, 제어법 개발 사업'을 수행하고, 한국뇌은행 설립 및 운영을 통해 한국인 뇌를 대상으로 한국인 뇌지도 및 뇌질환 뇌지도 작성 사업 등을 통하여 뇌질환 극복 연구에 국가 뇌연구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서유헌 한국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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