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등을 권고한 유엔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 초안에 대해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로버트 킹 미국 북한 인권특사가 한국을 방문해 북한 인권 문제를 우리 정부와 협의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다루스만 특별보고관과 킹 특사가 통일연구원 주최 ´제4차 샤이오인권포럼´ 참석 하기 위해 방한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샤이오'는 1948년 세계인권선언이 채택된 장소인 프랑스 파리의 샤이오 궁(宮)에서 따온 말이다. 통일연구원은 2011년부터 해마다 북한 인권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샤이오 인권 포럼을 개최해왔다.
13일부터 이틀 간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리는 포럼은 첫날은 공개로 진행되나 둘째 날은 전문가들만 참석해 비공개 행사다.
노 대변인은 "킹 특사는 매년 한 두 차례 방한해 우리 측과 북한 인권과 인도적 문제 등에 대해 협의를 가져오고 있고, 다루스만 특별보고관도 거의 매년 한국을 방문해 왔다"면서 "방문했을 때는 인권이사회 제출 보고서 작성 등 자료 수집 차 오신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킹 특사는 우리 측 정부 인사와도 면담을 갖고, 북한 인권 문제 관련 협의도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노 대변인은 덧붙였다.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북한 인권상황을 조사해 그 결과와 권고사항을 유엔에 보고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다루스만 보고관은 지난달 27일 인권문제를 다루는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 '북한인권 상황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하고 북한의 반인도 범죄 책임자들이 기소돼야 하며, 유엔 총회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루스만 보고관은 북한으로부터 방북 초청을 받았지만 뉴욕의 주유엔북한대표부는 지난달 27일 그를 면담하고 COI 보고서의 내용 중 제7조항인 북한 인권 문제가 최고지도자의 정책에 따라 이행되고 있다는 것과 제8조항의 북한 인권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한다는 내용 등 두 가지를 삭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다루스만 보고관은 이번 방한 때 북한인권결의안 관련 동향에 대해 우리 측에 설명하고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이후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양측 간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방한을 계기로 한·미 간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한 협력도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 9월 유엔총회 때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첫 장관급 회의를 개최했다.
킹 특사는 또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 석방 이후 북한에 억류된 2명의 다른 미국인 석방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와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노 대변인은 "다루스만 특별보고관의 방북이 성사되어서 인권 관련된 협의가 진행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우리가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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