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가 車 회사에 수수료 편취…수수료 대부분도 캐피탈社 복합할부 상품 판촉에 사용
현대차, KB국민카드 상대 가맹점 계약 종료 통보는 업계 대리전 성격
"자금조달·대손비용 없어 다른 수수료율 적용 불가피"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 현대자동차가 KB국민카드를 상대로 카드 복합할부 수수료 조정을 요구하며 23일 '가맹점 계약 종료 통보'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업계 현실에 맞는 합리적인 수수료율 산정을 위해서다. 업계는 이번 현대차와 국민카드 협상을 자동차 업계와 카드업계의 대리전으로 보고 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신상품을 개발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는 전혀 부담하지 않고 자동차회사의 수수료를 편취해 자신들의 영업비용에 쓰는 '봉이 김선달식' 영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봉이 김선달식 영업의 주요 근거는 카드사들이 자동차회사들로부터 거둬들인 복합할부에 따른 1.9%의 수수료 중 1.37%가 할부금융사 판촉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카드 복합할부 수수료인 872억원 중 카드사가 수취한 금액은 243억원에 불과한 반면, 629억원은 할부금융사로 지급돼 카드 복합할부 상품 판촉에 사용됐다.
이 관계자는 "차량가격 2000만원 결제 시 1.9% 수수료율의 경우 38만원을 카드사에 지급해야 한다"며 "일반인이 돈을 빌리는 것으로 생각하면 2000만원을 하루 정도 빌리는 데 이자가 38만원인 꼴로 터무니없는 고금리 상품"이라고 주장했다.
자동차 업계는 일반카드 거래와 카드 복합할부 거래에 동일한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최장 45일의 기간 동안 자금을 공여하고 연체 등에 대한 부담을 가지는 일반카드 거래와 달리 카드 복합할부는 자금공여 기간이 단 하루에 불과하고 우량 캐피털 회사들이 지급보증을 하기 때문에 자금조달·대손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논리에서다.
동일한 수수료율 적용이 지속될 경우 카드 복합할부로 인한 카드 수수료는 올해 1000억원, 향후 수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실제 2010년 자동차 판매 금융거래 중 4.4%에 불과했던 카드복합할부 비중은 지난해 14.8%로 확대됐다. 164억원이었던 복합할부 카드 수수료는 431.7% 증가한 872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자동차 구매는 할부 거래, 일반 카드 거래, 현금 거래 등으로 이뤄진다"며 "자동차 카드 복합할부는 자동차 할부 거래에 카드 거래가 결합하면서 카드사가 자동차회사로부터 가맹점 수수료를 수취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즉 카드 복합할부 거래 과정에서 일반적인 할부거래에서는 지불하지 않아도 될 카드 수수료를 자동차 회사들이 추가로 카드회사에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완성차회사는 물론 수입자동차 회사들의 추가 비용 지출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동사 회사들의 추가 비용 부담이 대폭 늘어나게 되면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고, 무엇보다 중소 자동차 판매사들의 생존도 위협받을 수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자동차산업협회는 업계의 피해와 의견을 취합해 지난 6월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에 폐지를 건의한 바 있다"고 했다.
한편 현대차는 이날 KB국민카드를 상대로 '신용카드 가맹점 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갱신 거절' 공문을 발송했다. 복합할부에 대한 합리적인 수수료율 산정을 위해 대화를 제안했지만 국민카드 측이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는 게 공문 발송의 주요 근거다.
현대차는 "2개월 동안 카드 복합할부 수수료 재협상 요청을 했지만 국민카드가 사실상 협상을 회피해왔다"며 "계약기간을 1개월 유예해 협상을 하자는 요청에도 답변이 없어 불가피하게 계약 종료를 통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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