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 신제품 출시 서두르고 판매점 '슈퍼불황' 견디기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며칠 전에는 공짜로 사던 폰을 몇 십만 원 주고 살 사람이 있겠어요? 가뜩이나 구형폰인데. 기다려보시란 말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이달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 이후 휴대전화 시장에 큼지막한 '일단 멈춤' 표지판이 들어섰다. 소비자의 권익 보장을 위해 야심차게 시행에 들어갔지만 결과적으로 최신폰, 구형폰 할 것 없이 종전보다 쥐꼬리 만해진 보조금 수준에 이동통신사도 판매점도 소비자도 제도가 어느 정도 자리 잡기를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 같은 상황이 연출되면서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신제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그간 보조금 적용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최신폰은 그나마 체감 가격이 덜 뛰었기 때문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이르면 이달 독자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탑재한 5.9인치 스마트폰 모델을 서둘러 출시할 예정이다. 올해 G3로 선방한 G시리즈 후속 모델 역시 내년 초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노트4로 판매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삼성에 이어 LG전자도 새 제품 출시를 서두르는 이유는 단통법 시행 이후 발생한 '보조금 하향평준화 현상' 때문이다.
예를 들어 출시된 지 2년이 지난 삼성 갤럭시노트2 64GB 모델은 종전 보조금 정책 범위에 따라 온라인 판매점 등에서 공짜로도 구매가 가능했으나 현재 SK텔레콤 LTE 전국민 무한 100 요금제로 가입해도 기곗값 46만9000원을 내야 한다. KT와 LG유플러스 역시 유사한 수준이다. 물론 단통법 시행 전에는 보조금 널뛰기가 문제였으나 평균 가격을 적용해도 현재 가격 수준이 높다는 게 문제다.
업계에서는 한목소리로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단통법 시행 둘째 주 이통사 간 눈치작전으로 보조금 규모가 제한적이었던 데다 구형 모델들에 대한 뚜렷한 출고가 인하도 이뤄지지 않아 대부분 실구매가가 종전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종전에 가장 싸게 살 수 있었던 시기의 폰 가격을 생각하기 때문에 체감 구매가는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들의 눈높이와 제도 시행 후 스마트폰의 가격대가 조율되는 과정과 구형 단말기 등에 대한 출고가 인하 등을 거치면서 시장도 자리 잡아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