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장준우 기자] 지난 18일 여권 내 차기 대권 주자로 손꼽히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혁신위원장이 비록 6개월간의 한시직이지만 김 전 지사가 어떤 행보를 보이냐에 따라 대권 라이벌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친박계 의원들의 정치적 운명이 달라 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정치권이 그의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지사의 복귀 의미를 김무성 대표의 '이이제이' 전략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강력한 혁신 의지를 지닌 김 전 지사를 불러들여 상향식 공천 등 체질개선을 통해 다음 총선에서 친박 색깔을 지우고 '친 김무성' 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김 전 지사는 과거 17대 총선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 시절 당시 기라성 같은 원로들을 공천에서 잘라내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바 있다.
김 대표 입장에서는 대권 라이벌인 김 전 지사를 띄어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선 흥행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강력한 라이벌이 경선에서 맞붙어야 그만큼 국민적 관심을 얻을 수 있고, 그것은 곧 대선에서 표심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정치적 셈법으로 김 전 지사 카드는 김 대표에겐 적절한 선택일 수 있으나, 문제는 김 전 지사가 과연 김 대표의 의중대로 움직여 줄지다. 51년생 동갑인 두 사람은 차차기 대권을 노리기에는 나이가 부담스럽기에 다음 대선은 절호의 기회일 수밖에 없다. 김 전 지사 입장에서는 김 대표의 대권을 위한 '불쏘시개'로 움직여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된 김 전 지사가 오히려 김 대표와의 차별화를 통해 대권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새누리당의 한 비박계 의원은 "김 대표가 상향식 공천이나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원하는데 혁신위에서 김 대표의 의중과 달리 손질 된 공천제도를 혁신안이라고 들고 나오게 되면 골치가 아파지는 것"이라면서 "김 대표가 수긍하기 힘든 혁신안을 내놓아 '김무성 힘 빼기'에 나설 수 도 있지 않겠냐"며 우려를 표했다.
이러한 점을 의식하고 있는 듯 김 대표는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혁신위의 권한 범위와 관련, "무슨 일이든 전권을 맡길 순 없다. 중지를 모아야 한다"면서 "혁신위는 어디까지나 혁신안을 만드는 것이고 당의 의결기구인 최고위와 의총 등에서 안을 걸러야 한다"고 밝혔다. 김 전 지사에게 무한한 권한을 주진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 당내 지지기반이 약한 김 전 지사가 오히려 친박계를 아군으로 포섭해버리는 상황이 연출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최근 김 대표 집권 후 친박계의 존재감이 급격히 감소하긴 했지만, 김 전 지사가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 등의 지지로 친박 세력을 등에 업게 되면 김 대표와의 차기 대권 경쟁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김 대표가 친박 견제의 차원에서 김 전 지사를 혁신위원장으로 영입했다는 점과 김 전 지사가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지난 대선 당시 경선에서 박 대통령에게 밀려 2위의 고배를 마신 과거 등 그의 그간 행보를 볼 때 '반(反)박계' 인사에 가까운 만큼 친박 세력과의 밀월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장준우 기자 sowha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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