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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고치려다 당국 무능 노출…'책임의 U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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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고치려다 당국 무능 노출…'책임의 U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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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적경고→문책경고→직무정지
오락가락 제재, KB리스크 키웠다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이장현 기자] 'KB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금융감독 당국의 책임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KB금융에 대한 제재를 4개월 가까이 끌고, 제재 수위 또한 오락가락하면서 제재 당사자인 KB금융은 물론 금융권 전체의 리스크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당국 수장들에 대해선 경질설까지 나도는 상황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13일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을 만나 KB 경영 정상화를 위해 이사회가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 12일 '직무정지 3개월'이라는 초강경 입장에도 불구하고 임영록 KB금융 회장이 자진 사퇴를 거부하자 이사회를 설득해 임 회장의 해임을 구두압박하는 '관치(官治)'에 나선 것이다.

KB내분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KB 내부는 악화일로다. 리딩뱅크'(선도은행)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고, 직원들은 일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다. 야심차게 추진하던 보험사(LIG손해보험) 인수 문제는 불투명해졌다. 당분간 경영 공백이 불가피한 국민은행이 단기간 내 경영 정상화를 이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KB가 이렇게까지 흔들린 데는 무엇보다 넉달여 동안 사태를 방관한 금융당국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내분 사태의 단초를 제공한 KB 주 전산기 교체 문제가 외부로 불거진 시점은 지난 5월이다. 그러나 당국은 4개월이 넘는 시한 동안 사건을 수습하기는커녕 일관성 없는 제재로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


지난달 제재심의위원회가 임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에 대한 금감원의 중징계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경징계로 낮춘 뒤 최수현 금감원장이 이를 중징계로 뒤집고, 금융위가 한 술 더 떠 직무정지 3개월로 최종 결정하며 혼선을 자초했다. 금융당국이 같은 사안을 놓고 3개의 엇갈린 판단을 내린 것이다.


임 회장이 사퇴를 거부하면서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강경 대응에 나선 데는 이 같은 금융당국의 오락가락한 결정이 한몫했다. 임 회장은 "금융당국이 제재심에서 2개월 이상 심도있게 논의한 후 내린 경징계 판정을 객관적 사실의 변동도 없는 상태에서 중징계로 상향했다"며 "이런 제재를 납득할 수 없으며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기 위해 소송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제재 결과를 여러 차례 뒤엎은 금융당국이 '소송 제기'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임 회장에 대한 제재가 '주의적경고'에서 '문책경고'로, 이 또한 일주일도 안돼 '직무정지'로 바뀌는 등 당국의 제재가 연이어 뒤바뀌면서 금융당국의 제재 공신력 또한 한없이 추락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한 가지 사안을 두고 제재 수위가 세 차례 바뀌었는데 어느 누가 쉽게 납득할 수 있겠냐"며 "당국의 제재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제재심 무용론'까지 나왔다. 제재심이 비록 금감원장의 자문기구 성격이지만, 9명의 심의위원이 6차례의 심의를 거쳐 얻은 결론이 결국 잘못된 판단이 됐고, 시간만 질질 끈 꼴이 됐다. 직무정지 3개월(금융위 최종 결정)인 사안을 제재심 위원들이 경징계로 결론 낸 것은 '배임'을 저지른 것이란 말까지 나온다. 특히 금감원 제재심 위원에는 금융위 간부도 포함돼 있어 금융위 스스로 결정을 번복(주의적경고→직무정지)하는 누도 범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과 학계를 중심으로 금융당국에서 독립된 제재심의위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제재심의 결정이 언제든 뒤바뀔 수 있는 나쁜 선례를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갈수록 꼬이자 금융당국 책임론과 함께 당국 수장에 대한 경질설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최수현 금감원장 교체 시점까지 거론되는 마당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금융당국에선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금융권의 한 인사는 "금융당국이 제재 절차를 보다 신중하고 빠르게 마무리했다면 이 지경까진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KB내분 사태가 어떤 식으로 정리되더라도 감독당국을 향한 비난 여론은 수그러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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