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경영진단, 5월 소규모 구조조정 거쳐 하반기 흡수합병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삼성전자가 의료기기 사업 강화를 위해 삼성메디슨 흡수합병을 검토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일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삼성메디슨의 합병은 지난 3월 의료기기 사업 전반에 대한 경영진단 이후 내려진 조치"라며 "의료기기 사업에서 삼성이 가진 가장 큰 문제는 장기적인 안목이 없다는 점과 삼성메디슨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해 오던 관행적 영업방식으로는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내려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지난 3월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와 삼성메디슨에 대한 경영진단을 실시했다. 경영진단 과정에서 과거 메디슨이 진행하던 지인 위주의 영업방식이 삼성 브랜드에는 맞지 않는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의료기기 시장에서 관행처럼 여겨지던 리베이트도 일부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메디슨 출신 간부들이 '관행'이라며 기존 영업 방식을 고집했고 삼성그룹에선 GE, 필립스 등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이같은 관행을 없애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경영진단 이후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일부 임원들과 계약해지를 하는 등 소규모 구조조정도 실시한 바 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세계적인 의료기기 업체들과 본격적인 경쟁을 위해서는 구태의연한 관행을 없애는 등 체제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삼성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제품의 경쟁력을 키우는 등 장기적인 안목에서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경영진단의 결과"라고 말했다.
이른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강조한 '마하경영'과도 맥을 함께 하는 것이다. 삼성메디슨과의 합병 역시 글로벌 1등 경험을 가진 삼성전자의 조직 문화를 메디슨 출신 임직원들에게 뿌리내리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삼성메디슨의 해외 판매 법인을 삼성전자 해외 판매 법인에 통합시키고 있다. 일부 겹치는 부분도 있고 메디슨이 관행적으로 진행하던 영업방식을 지양하고 삼성전자로 일원화 시키기 위해서다.
제품 브랜드도 삼성으로 일원화 시켰다. 엑스레이, CT 제품에만 사용하던 삼성 브랜드를 초음파 기기로 확대시킨 것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초기 의료기기 사업을 시작할때는 경쟁력 있는 업체들을 인수해 빠른 시일 내에 경쟁사들을 따라잡는 방안을 모색했지만 지금은 제품 경쟁력을 키우며 삼성 브랜드를 우선 육성하겠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삼성메디슨을 흡수합병한 뒤 브랜드 자체의 경쟁력을 키워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와의 경쟁을 본격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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