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백악관에서는 보기 드문 행사가 열렸다. '만드는 이들'의 축제인 '메이커 페어'가 백악관 내에서 개최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행사에 참가한 여러 DIY(do it yourself) 창작자들을 '메이커'라 부르며 치켜세웠고 6월18일을 미국의 '만드는 날'로 명명하는 등 한때 미국에서 떠나보냈던 제조산업을 미국으로 회귀시키기 위한 강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미국에서 다시금 불러일으키려는 제조산업의 모습은 대형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나는 것이 연상되는 이전의 제조업과는 차이를 보인다. 이른바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으로 이야기되는 첨단 디지털 가공장비를 이용한 제작이다.
최근 국내에 널리 알려지고 있는 3D프린터는 설계된 디지털 입체형상을 만질 수 있는 '물건'으로 만드는 데에 기존의 제조공법과 비교해 비용이 저렴하고 시간 또한 적게 걸려 조형예술이나 산업용 시제품 제작 분야에 '충격의 바람'을 불어왔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전자전기회로를 이용해 외부환경을 인지하고 해석해 다시 외부에 반응하도록 하는 작업은 한때는 일부 공학 전공자들만의 '신성한' 영역이었다.
지금은 '아두이노'나 '라즈베리파이'로 불리우는 손바닥만한 컴퓨터들이 나타나 초등학생 수준에서도 간단한 로봇의 제작이 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발맞추기라도 하듯 구글의 스케치업이나 오토데스크의 123D와 같이 입체설계를 위한 소프트웨어들도 무료나 최소한의 금액으로 전 세계에 배포되고 있다.
이 같은 첨단 디지털 제조장비는 그 효과성에 비해 도입비용 또한 저렴한 편에 속해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랩에서 시작된 팹랩(디지털 제조장비를 이용한 제작실험실)은 현재 유럽의 여러 나라는 물론 이웃 나라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 내에도 받아들여져 전 세계 300여군데에서 자생적으로 구축, 운영 중에 있다.
2013년 8월1일 '무한상상실'은 이러한 세계적인 환경변화 속에서 국립과천과학관에 국내 처음으로 개소됐다. 개소 초기에는 '디지털 제조공방'에 대한 생소함으로 어린이들의 창의교육 공간으로만 인기를 끌었고 3D프린터나 레이저커터 등의 장비가 놓인 공작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들여다 보는 소수의 방문객들 외에는 적막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도전적인 예술가들, 건축가들 그리고 엔지니어들이 점차 모여들기 시작하였고 그들 서로가 무한상상실을 중심으로 교류하고 서로 도와 가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무한상상실에는 새로운 형태의 3D프린터를 제작해 설계를 남들과 공유하려는 기술동호회 회원들부터 아기를 위해 걸음마 도우미 로봇을 만들려고 찾아오는 엔지니어 부부, 학교과제를 위해서 찾아 오는 청소년, 대학생들까지 무언가를 만들어 보려는 창작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있다.
세계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어 낸 스티브 잡스는 예전 "훌륭한 아이디어가 훌륭한 제품으로 이어지는 데에는 엄청난 장인적인 노력이 필요한 데에다 그 훌륭한 아이디어를 설계ㆍ제작해가는 과정에서 아이디어 자체도 변화되고 성장한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착상을 넘어 실제적인 설계와 제작을 맡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 메이커들이 더욱 존중받고 상상한 것을 손때 묻혀 직접 제작해 보고 즐거워하는 메이커 문화가 전국 곳곳에 개소 중인 무한상상실과 메이커들을 통해 널리 퍼지기를 기대해 본다.
유만선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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