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서자 바로 뒤통수" 서울시 발끈
협의없이 9·1부동산대책 발표해 '황당'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해당 부서에서 대책이 발표되는 날 아침에야 대책회의를 소집했다."
"(재건축 규제 완화가)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한건지, 이게 밀어붙이기식 정책 통보가 아니고 뭐겠나."
정부가 재건축과 청약 등 주택공급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종합선물세트'를 1일 내놓자 서울시 고위 관계자들이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정부는 신도시 개발을 일시 중단하고 아파트 재건축 연한을 10년 앞당기는 등의 방법으로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9·1부동산대책'에 담았다.
시장은 즉각 반응하고 있지만 실효성을 두고는 혼란스럽다는 표정이다. 지자체와 협의는 '부족'을 넘어 없다시피 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1일 박원순 시장과 만나 경제활성화를 논의하고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소통하기로 했지만 정작 중요한 주택시장 대책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서울시가 소외돼 있었던 것이다.
특히 이번 대책 중 재건축 연한 단축, 공공관리제도 개편, 임대주택 의무건설 연면적 기준 폐지 등은 그간 서울시가 추진해 온 정책과는 정면 배치된다. 서울시는 도시관리 철학과 맞지 않는다며 원칙적으로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서울시 주택정책실 관계자는 "주거안정화를 위한 금융세제 지원 등의 내용은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시장이 과열될 경우 전세시장, 공동주택 관리에도 부작용이 우려되고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던 임대주택 사업도 갈길이 멀어진다"고 말했다.
법규 개정을 위한 의견수렴 과정부터 순탄치 않게 된 셈이다. 관련 법규가 개정되더라도 서울시가 조례 등 관련 세칙이나 각종 심의 등을 취지에 맞춰 운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마저 제기된다. 서울시는 이제서야 정부의 부동산 대책 내용을 관할 부서별로 검토에 들어갔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중앙정부가 법령을 개정할 때 의견을 수렴하겠지만 정부 입장대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서울시가 주거지종합계획 등을 세워서 그 틀에 맞게 사업을 허가하는 방식으로 재량을 행사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시장에 적용되면서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재건축 등 각종 사업의 인허가권은 지자체가 쥐고 있다"며 "정부의 의도대로 재건축 등 민간의 주택사업을 활성화해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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