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한국 사회의 소득 양극화 현상이 날로 가속화 되고 있는 가운데, 내년부터 서울시가 '생활임금제'를 도입키로 했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노동자들이 실제 생활할 수 있는 적정 임금수준을 보장하는 '서울형 생활임금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통상 생활임금제는 임금노동자가 삶에 필요한 기본적 필수품(주거·교통·식생활 등)을 확보할 수 있는 임금수준을 보장하는 체계를 일컫는다.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저소득층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물가 수준 등을 반영한 적정 수준의 임금을 사회가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탓이다.
실제 시에 따르면 현재 월 기준 최저임금은 지난해 기준 1인 가구 월 가계지출액인 148만9000원의 68% 수준인 101만5000원에 머무르고 있다. 서울지역의 최소주거기준(36㎡) 주거비가 60만원, 식료품비가 40만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최소 생활 수준 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셈이다.
시가 발표한 올해 적정 생활임금 기준액은 시급 6582원이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 5210원에 비해 1372원 많은 액수며, 2015년 최저임금 5580원에 비해서도 1000원 가량 높다. 시는 서울연구원과 함께 다양한 생활임금 산정 방안을 검토한 후 ▲실제 가구원수(서울시 평균 3인) ▲가계 실제지출 항목 ▲서울 지역의 고(高)물가 등을 반영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보고, 이 같은 생활임금 기준액을 마련했다.
내년부터 시행 될 서울형 생활임금제는 먼저 시와 투자·출연기관의 직접고용 노동자부터 적용된다. 기타 용역·민간 위탁 사업 노동자의 경우 1차적으로 인센티브 부여를 통해 생활임금제 도입을 권고하되, 2017년부터는 법령 개정 등을 통해 의무적용을 추진한다. 약 43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이 사업으로 787명의 시 관련 직접고용·용역·민간 위탁 노동자들이 생활임금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민간 기업으로 생활임금제를 확산시키는 방안도 추진된다. 시는 확산 캠페인·인센티브 부여 등을 통해 민간기업의 생활임금제 참여를 확산시키고, 우수기업은 '시 노동친화 기업'으로 인증할 예정이다.
시는 10월까지 생활임금제 적용대상 규모, 소요예산, 적용시기 등 구체적인 추진방안 마련을 완료한다. 노사대표, 시민단체, 현장노동자 등의 의견 수렴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토론회·청책토론회를 진행한다. 또 시 의회와 함께 11월 중으로 생활임금조례를 제정, 조례에 의해 설치되는 생활임금위원회'를 통해 내년 생활임금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박문규 시 일자리기획단장은 "생활임금제 도입은 노동취약계층의 권익보호를 통해 시민의 경제활동의 자유와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박원순 시장 경제민주화 정책의 새로운 버전"이라며 "민간 기업까지 확산될 경우 경제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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