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잠수함 승조원들의 생활규칙은 한정된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생활하는 만큼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잠수함 승조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물이다. 잠수함의 화장실과 세면대, 샤워기는 모두 청수탱크에서 나오는 맑은 물을 사용한다. 부족하다면 바닷물에서 염분을 제거하고 맑은 물을 다시 받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잠수함에 물을 담을 수 있는 탱크도 작고 하루에 몇 번씩 바닷물을 정화할 수 없기 때문에 아껴써야 한다. 이 때문에 항해중에 빨래를 금지하고 한 번이라도 덜 씻기 위해 승조원들끼리 수염기르기 대회도 개최한다.
공간도 좁다. 장보고급 잠수함의 경우 승조원 40명이 약 66㎡(20평)의 공간에서 생활한다. 1인당 1.6㎡(0.5평)규모다. 개인침대도 없다. 총 12여개의 침대를 40명에 가까운 승조원이 3교대로 돌아가면서 사용한다. 침대 1개당 3명이 쓰는 셈이다.
승조원들의 가장 큰 즐거움은 식사다. 먹는 양도 많다. 승조원들이 먹는 하루 음식 섭취량은 일반인의 두 배. 일반인들의 일일 영양섭취 권장량은 2500㎉이지만 운동량이 적어 적게 먹을 것 같은 승조원들의 섭취량은 5000㎉에 달한다. 소리만 듣고 항해하는 환경여건상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임무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여 섭취량이 많다.
금지된 음식도 있다. 기름에 튀긴 스테이크와 씨가 있는 과일. 스테이크를 기름에 튀긴다면 화재의 위험성은 물론 기름이 연소되면서 나오는 물질이 함내 전자장비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쪄서 먹는다. 또 수박 등 씨가 있는 과일은 씨가 바닥에 떨어지면 함내 청결상태가 나빠지고 공기가 통하지 않는 공간에서 냄새를 배출하기 어려워 먹지 않는다.
잠수함에 음식을 보관할 때는 한 끼 식사에 필요한 양을 냉동ㆍ냉장 식품과 일반 보관으로 나눈다. 음식을 담는 그릇은 수상함의 사기그릇과 달리 멜라닌 그릇을 사용해 소음을 방지했다. 잠수함에서 소리는 적에게 노출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릇의 수도 정확히 승무원 수 만큼만 싣는다. 무게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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