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KT ENS 협력업체 사기대출, 은행이 85% 책임"
금감원 제재 수위에 촉각…은행들 즉각 항소키로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 이장현 기자] KT ENS 사기대출의 책임을 은행이 85% 져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에 금융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하나·농협·KB국민은행 등 KT ENS 협력업체로부터 아직 총 2947억원을 못받고 있는 금융사들은 부실대출의 책임을 면치 못한 채 금융당국의 제재를 마주하게 됐다. 반면 기업·부산·경남은행 등 KT ENS 특정금전신탁 판매사들은 KT ENS가 모든 채무를 변제키로 하면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27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파산3부는 KT ENS 협력업체에 대출을 내준 금융사가 KT ENS를 상대로 신고한 채권 중 15%만 인정했다. 협력업체들이 KT ENS로부터 받은 매출 채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빌려가 상환하지 않고 있는 2947억원 중 85%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하나은행을 비롯한 연루 은행들은 총 2460억원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것. 이는 지난 22일 KT ENS의 법정관리 인가를 앞두고 이뤄진 회생채권조사 확정심판에서 내려진 것이다.
대출금 미회수와 함께 금융감독원이 오는 10월 사기대출과 관련된 하나·농협·KB국민은행과 10여개 저축은행에 제재를 예고해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하나은행의 경우 김종준 은행장의 징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감원 내부에선 김 행장이 경징계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징계 수위 확정에는 더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행장은 이미 하나캐피탈 사장 시절 저축은행 부당 지원과 관련해 중징계를 받아 경징계를 받는다해도 타격은 클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당 검사국에서 하나은행 법원 판결 결과를 참조해 내부검사에 보강할 것"이라며 "아직 제재양형이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오는 10월쯤 제재심에서 논의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들 은행들은 금전적 손해는 물론 이번 판결로 금감원의 징계수위마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자 즉각 항소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사기대출의 큰 책임은 매출채권을 위조한 KT ENS와 협력업체들에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사기대출을 둘러싼 법정다툼이 민사재판으로 넘어가 장기전에 돌입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은행들이 조사확정심판 결과에 불복해 항소한다면 '이의의 소(訴)'로 넘어가게 된다"며 "별건의 민사재판으로 진행하게 되면 상당기간 법정다툼이 길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부산·경남은행 등 KT ENS가 지급보증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판매한 은행들은 이번 법원의 판단으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사기대출에 대한 KT ENS의 책임이 15%로 한정되면서 그간의 채무에 대해서는 100% 변제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앞서 열린 관계인집회에서 언급된 사기대출 시나리오별 변제율에서도 KT ENS가 사기대출액에 대한 책임을 적게 질수록 ABCP 투자자들에게 변제 가능한 금액은 커지는 것으로 산정된 바 있다.
한편 매출 채권을 위조한 KT ENS의 김모 부장과 협력업체 대표들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이 27일 오후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용현)에서 열린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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