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19일 세월호특별법안에 재합의했다. 핵심 쟁점인 특별검사추천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여야가 한 발씩 양보해 절충점을 찾았다. 여야 각 두 명인 국회 몫에 대해 여당 몫 추천위원 선정 때 유가족의 사전동의를 받기로 했다. 임명은 여당이 하지만 유가족 동의를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으로선 상설특검법의 테두리를 지킨다는 명분을,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선 여당 몫 추천위원을 사전 검증할 수 있는 실리를 취한 셈이다. 지난 7일 1차 합의안보다 유가족과 야당 입장에 더 다가섰다. 그러나 세월호 유가족은 즉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네 명 모두 유가족이 추천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새정치연합은 심야 의원총회 끝에 재합의안 추인을 유보했다.
'여야 원내대표 합의-유가족 반대-야당의 합의한 파기-여야 원내대표 재합의-유가족 반대-야당의 재합의안 추인 유보'의 과정을 지켜보는 국민은 답답하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을 보면서 체념한다. 정치에 대한 불신 차원을 넘어서 혐오를 느끼게 한다. 여야 모두 세월호법 제정이 늦어지고 국회가 공전하는 상황에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한다.
새정치연합은 재협상에 들어가기 이전에 몇 가지 카드를 갖고 유가족과 사전 협의를 벌였어야 했다. 협상 결과를 가지고 유가족 의견을 들은 뒤 파기하거나 추인을 유보하는 행태는 130명의 의석수를 지닌 제1 야당의 정치력을 의심케 한다.
새누리당으로선 우린 즉각 추인했는데 왜 유보했느냐며 야당 탓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유가족이 재합의안을 거부한 것은 야당만이 아닌 여야 정치권 모두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세월호 사고 때 정부가 기민하게 움직여 구조했더라면 세월호법은 거론되지도 않았을 터다. 여야가 함께 유가족을 만나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낮은 자세로 소통하라. 유가족에게서 '국회를 믿어보겠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7월 임시국회는 결국 법안을 한 건도 처리하지 못한 채 종료됐다. 여야는 그 책임을 상대방에 돌리기 이전에 자신의 허물부터 들여다보라. 우르르 극장에 몰려가 영화 '명량'을 보며 '이순신 리더십'만 이야기하면 뭐하는가. 1500만명을 넘어선 관객이 지금 정치권에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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