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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88고속도로는 '공사 중'

시계아이콘01분 06초 소요

영남 지역과 호남 지역은 소백산맥이 가로놓여 예로부터 교류가 원활하지 못하였으므로 언어ㆍ생활풍습ㆍ가치관이 서로 다른 이질적 문화권을 형성하였다. 이와 같은 두 지역의 소원한 관계로 말미암아 고질적인 지역 감정이 싹트게 되었으며 남부 내륙 지역은 낙후 지역으로 남게 되었다. 그러나 이 도로를 통하여 영호남 지역이 직접 연결됨으로써 상호 교류가 촉진되고, 두 지역의 산업을 연계하여 지방 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게 되었다. 


 정부 출연 연구소인 한국학중앙연구원이 만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나오는 '88올림픽고속도로'에 대한 설명이다. 30년 전 이 도로가 개통될 때 TV에서 귀가 따갑게 들렸던 내용도 아마 이와 비슷했던 것 같다. 조영남의 히트곡 '화개장터'의 고속도로 버전쯤 되는 것으로 생각됐던 이 도로의 허상을 뼈저리게 체험한 것은 결혼 후 첫 명절이었다.

 본가인 경북 상주에서 '88고속도로'가 시작되는 대구까지 내려가는 것은 좋았다. 다소 밀리긴 했지만 서울 근방보다는 양호했고, 도로도 시원스럽게 뚫려 있었다. 하지만 콧노래를 부르는 것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다지 교통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던 '88고속도로'로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정체가 시작됐다. '이렇게 영호남의 교류가 활발했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충격은 잠시 후 더 커졌다. 고속도로가 편도 1차선이 아닌가. 게다가 중앙분리대도 없었다. 웬만한 산업도로도 편도 2차선에 중앙분리대가 있는데 명색이 고속국도인데 이럴 수 있나 싶었다. 맞은 편에서 버스나 트럭 같은 큰 차들이 오면 깜짝 놀라 식은 땀을 흘려야 했다.


 그래도 조금 위안이 된 것은 확장 공사를 한다는 점이었다. 1980년대 초반이야 기술력도 떨어지고 나라 살림도 어려웠을테니 편도 1차선 도로라도 임시방편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겠지만 선진국을 눈앞에 둘 정도로 나라도 부자가 됐으니 제대로 된 고속도로를 만드나 싶었다. 굽은 도로를 펴고, 확장 공사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몇개월 후 설날은 모르겠지만 내년 추석땐 완공되겠지?"라는 얘기를 나누며 지겨운 정체에 짜증난 마음을 달랬다. 그로부터 12년, 여전히 '88고속도로'는 공사 중이고, 대부분 구간은 편도 1차선이다.


 2000년 전 로마는 지금의 고속도로인 '로마 가도'를 통해 유럽과 중동, 북아프리카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지역을 한 문명권으로 묶었다. 21세기, 대한민국의 동서 교류 수준은 아직도 편도 1차선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전필수 팍스TV 차장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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