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동(東)프러시아의 쾨니히스베르크 사람들은 프레겔강(江)에 놓인 다리 7개를 한 번만 건너서 다 지날 수 있는지 궁금해했다. 일요일이면 이 도시에는 '다리 밟기'를 하면서 이 문제에 발로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스위스 바젤 출신의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이 문제를 접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과학아카데미에서 연구하던 시기(1727~1740)였다. 오일러는 쾨니히스베르크에 가보지 않은 채 이 난제를 풀었다. 그는 손을 떼지 않고 한 선(線)을 한 번만 그어 도형을 완성하는 것으로 이 문제를 추상화한 뒤, 이 도시의 7개 다리는 '한 붓 그리기'가 불가능함을 증명했다.
오일러는 쾨니히스베르크의 심심풀이를 위상기하학으로 바꿨다. 오일러의 해법은 수학 교과서에 남는 데 그치지 않았다. 오일러의 접근은 세기가 두 번 바뀌고 수십년이 지난 뒤 정보기술(IT) 엔지니어들에 의해 응용됐다. 영국 수학자 마커스 드 사토이 옥스퍼드대학 교수는 "인터넷 검색엔진이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데 적용됐다"고 말한다. 검색 엔진의 컴퓨터 서버는 연결된 수많은 컴퓨터를 오일러식 접근에 따라 한 번씩만 돌며 데이터를 찾아오게끔 설계된다.(BBC 라디오4, 간략한 수학사)
드 사토이 교수는 고도로 추상화된 수학은 길게는 수백년이 지난 뒤 예상하지 못했던 과학ㆍ공학 분야에 응용된다며 오일러의 해법 외에 여러 가지 사례를 든다.
방정식이 5차 이상이면 대수적인 해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에바리스트 갈루아의 정리는 대칭을 이해하는 열쇠를 제공했다. 갈루아의 이론은 입자물리학에서 긴요한 접근 틀로 활용됐다.
수많은 수학자가 매달린 소수(素數) 연구는 수의 신비를 벗길 뿐, 쓸모는 없는 일로 여겨졌지만 1970년대에 RSA라는 획기적인 암호체계를 만드는 데 쓰였다.
수학은 이처럼 응용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파고드는 순수한 연구의 바탕에서 꽃을 피운다. 그 꽃에서 과학이 열매를 맺는다.
서울세계수학자대회가 13일부터 21일까지 열린다.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이 개막일에 발표된다. 일본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廣中平祐)가 이 상을 받았다. 한국은 아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서울세계수학자대회가 수학과 한국 수학자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백우진 국제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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